삼성중공업, 하반기 ‘수주 잭팟’ 기대감↑…‘HD현대 vs 한화오션’ 양강 구도 흔든다
국내 조선업계가 HD현대와 한화그룹(한화오션)의 '양강 구도'로 재편된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조용히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대규모 프로젝트 2건을 선점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본격 착수하면서입니다. 향후 삼성중공업의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연간 기준 9년 만의 흑자 전환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 예정된 카타르 LNG(액화천연가스) 프로젝트와 FLNG(해상 부유식 액화 설비) 프로젝트 수주에 총력전을 펴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현재까지 총 9척의 선박을 수주하며 연간 목표액(95억달러)의 34%(34억달러)를 달성했습니다. 이는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157억4000만달러)의 89%를 달성한 HD한국조선해양에 비하면 다소 더딘 수주 행보입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하반기 수주 잭팟을 통해 반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초대형 해양 플랜트 사업인 모잠비크 코랄 2차 FLNG 프로젝트 건조 계약을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 정제해 이를 LNG로 액화해 저장 및 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해양플랜트입니다. 최근 조선시장에서 친환경 선박인 LNG선이 활황세를 띠면서 FLNG도 함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국내 조선 3사 중 FLNG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췄습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수주하면서 이를 입증한 삼성중공업입니다. 이미 3척은 인도에 성공했으며 지난해 수주에 성공한 네번째 FLNG는 설계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조만간 발주가 예정된 코랄 2차 FLNG 1기의 수주 금액은 17~20억달러(약 2조6000억원)입니다. 계약 체결 시, 삼성중공업은 수주 목표의 절반 이상을 가뿐히 달성하게 됩니다. LNG 운반선(한척 당 약 2억5000만달러) 10척은 수주해야 동일한 성과를 낼 수 있어 FLNG는 수익성 개선에 뛰어난 사업으로 알려졌습니다.
올해부터는 플랜트 전문가로 알려진 최성안 부회장이 공동 대표이사로 합류한 만큼 삼성중공업의 해양 플랜트 사업 비중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정진택 사장은 기존의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고 최성안 부회장은 해양 플랜트 등 삼성중공업의 미래 먹거리 사업에 신경을 쓰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또 카타르 LNG선 2차 프로젝트에서도 건조 물량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작년 1차 프로젝트에서 18척을 수주한 데 이어 올해는 약 13~15척의 수주가 예상됩니다.
고부가가치 선박 비중이 늘어난 덕분에 삼성중공업은 2014년 이후 9년 만에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됩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올해 영업이익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는 1777억원입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올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수주 목표를 올려놨음에도 여유롭게 목표치를 달성할 것이라 보고 있다”며 3분기 이후 수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해외에 맡기는 한국···기술 유출 우려도..
해외 대형 선사들이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하기 위해 친환경 선박 발주를 늘리고 있어 향후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부문 사업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국내 조선업계는 신조선 분야에선 밀려드는 주문으로 활황을 이어가고 있지만,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분야 일감 대부분을 중국 등 해외 수리조선소에 맡기고 있어 해당 산업을 키우기 위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는 노후한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한국과 그리스가 함께 참여하는 이 사업에 정부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국비 총 40억원을 투입할 예정입니다.
양국의 참여기업은 기존 선박의 추진 연료를 액화천연가스(LNG), 액화석유가스(LPG), 메탄올,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전환하기 위한 추진장치를 공동 개발합니다. 그리스 참여기업이 자국 선박을 대상으로 개조수요를 발굴하고, 우리 기업은 개조설계 등 엔지니어링을 수행하기로 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선박의 친환경 선박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선박 수리·개조 사업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글로벌 선사들은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IMO 규제안에 따라 황산화물(SOx)의 배출량을 낮추기 위해 스크러버(황산화물 저감장치) 설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전 세계 선박 가운데 20년 이상 노후선박이 48.9%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선박 수리·개조 시장도 커질 것이란 분석입니다.
또 2050년까지는 완전한 ‘탈탄소’ 규제가 예고돼 있어 친환경 연료추진선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화석연료 추진 선박을 친환경 연료 추진선으로 개조하는 시장 또한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코트라가 낸 ‘글로벌 친환경 선박기자재 시장동향 및 해외시장 진출전략’ 보고서는 오는 2025년 LNG 연료 추진선 발주가 전 세계 선박 발주의 60.3%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사들이 선박 수리·개조 시장에 뛰어든다면 뛰어난 친환경 설비 기술을 통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선박 수리·개조산업은 신조선 산업과는 다른 선박 서비스 산업으로 친환경 선박 수리의 경우 일반적인 선박 수리시장에 비해 부가가치가 높다”며 “업황에 크게 흔들리는 신조선 산업과 달리 안정적인 수요기반을 통해 불황에 대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급성장하는 글로벌 선박 수리·개조 산업에 비해 한국은 성장세가 다소 지지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업계는 전 세계 선박 수리·개조 시장 규모가 지난 2021년 약 900억달러(약 117조원)에서 2027년 약 1100억달러(약 143조원)로 연평균 3%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반면 한국의 경우 매년 선박 수리 물량이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는 인프라와 인력 부족을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특히 배를 정박할 수 있는 도크가 부족하다고 말합니다. 2000년대 이후 중대형조선사들이 신조선 사업에 집중하면서 대형선박을 수리할 도크를 갖춘 수리조선소가 부족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결국 선박 수리·개조 산업 1위 자리는 중국이 차지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대형 수리조선소의 약 절반가량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매출 규모로 따지면 한국의 10배가 넘습니다. 싱가포르는 한국과 중국 조선업과의 경쟁 환경 속에서 대형 선박수리 시설에 투자를 집중한 결과 선박수리부문에서 매년 20%대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박 수리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3만톤급 이상 선박을 수리할 도크가 없어 국내 대형 선박의 90% 이상이 중국과 싱가포르에서 수리를 받고 있고, 자동차운반선(PCTC)의 경우 100% 중국 수리조선소에 의존하고 있다며, 한국도 신조선 시장만큼 수리·개조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고 했습니다.
대부분 선박을 해외 수리조선소에 맡기면서 기술 유출 우려도 나옵니다. 선박 보증 기간에 해외에서 수리할 경우 설계도를 선주 측에 넘겨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정부는 ‘친환경 선박 수리·개조 플랫폼 기반 구축 사업’ 등 수리·개조 산업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현장에선 ‘땜질식 처방’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옵니다. 수리 및 개조를 할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대형 수리조선소 구축도 늦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덕도에 추진 중인 대형 선박 수리조선단지는 10년 이상 사업 타당성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선박수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선박 수리·개조 인력은 대다수가 숙련공이고, 잠깐 배워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며 전문인력 양성 등 장기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노르웨이 선사 쿨코, '현대삼호중공업 건조' LNG선 2척 구매
노르웨이 선사 쿨코(CoolCo)가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구매합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쿨코는 EPS벤처스(EPS Ventures Ltd) 계열사에 17만4000㎥ LNG 운반선 2척을 인수하는 옵션을 행사했습니다. 신조선은 현대삼호중공업에서 건조 중으로 오는 2024년 9월과 12월에 인도됩니다.
인수가는 척당 2억3000만 달러(약 3000억원)입니다. 이는 동급 신조 선박의 현재 시장 가격에서 약 10% 할인된 가격입니다.
쿨 타이거와 쿨 팬서로 명명될 신조 선박은 쿨코가 지난 2월 골라 실(Golar Seal) 선박 매각을 통해 확보한 현금과 금융기관으로부터 확약서를 받은 부채 금융을 포함해 보유한 현금으로 자금을 조달할 예정입니다.
선박은 GTT 마크 III 플렉스 멤브레인 화물 탱크 시스템, 재액화, 공기윤활 및 샤프트 발전기를 갖추고 있습니다.
해당 선박은 지난해 2월 현대삼호중공업이 나이지리아 보노에너지로부터 수주한 선박입니다. 이후 싱가포르 선사 이스턴퍼시픽쉬핑(Eastern Pacific Shipping, EPS)으로 재판매 되면서 선박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리처드 티렐(Richard Tyrrell) 쿨코 최고경영자(CEO)는 "최첨단 선박을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인수한다"며 "선박은 동급 최고의 디자인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효율적으로 운항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