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삼성중공업, 신용등급 상향 초읽기
삼성중공업 신용등급이 상향 초읽기에 들어섰습니다. 높은 차입금이 변수이긴 하나, 풍부한 수주를 기반으로 수익성 개선이 지속되면 단기 내 등급 상향이 가능해 보입니다.
NICE신용평가(이하 NICE)는 최근 삼성중공업의 장기 신용등급을 BBB(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지난 2017년 BBB+(하향검토대상)에 등재한 이후 6년 만에 부여 받은 새 등급입니다. 등급 전망이 긍정적이라는 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년 이내 등급 상향이 가능하단 의미입니다.
NICE 평정의 근거는 넘치는 수주량입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중공업 수주잔고는 28조 5000억원으로, 같은 해 매출의 3.6배에 달합니다. 2020년 4분기부터 시작된 조선업 훈풍으로 신규 수주가 3년 새 크게 늘었습니다. 아직은 2021년 이전의 수익성이 나은 수주 비중이 높아 단기적인 수익성 개선 폭은 크지 않습니다. 다만 지난해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분을 선제적으로 인식한 데다 올해부터 선가 인상분이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어서 점진적인 수익성 개선이 예상된다는 게 NICE 설명입니다.
물론 지속적으로 쌓이는 빚은 부담 요소입니다. 조선업은 사업 구조상 공정이 진행될 수록 운전자금 부담이 늘면서 차입 비중이 확대됩니다. 지난해만 해도 삼성중공업의 순차입금은 2조 283억원으로, 1년 새 1조원이 불어났습니다.
앞서 2021년 단행한 자본확충 효과가 2022년 6247억원의 순손실을 내며 대부분 상쇄된 가운데 지난해 환위험 회피대상 자산 증가로 파생상품부채까지 늘어나 부채비율이 305%로 치솟았습니다. 여기에 친환경 선박 개발 등 삼성중공업의 필수 투자 계획 등을 감안하면 차입 부담은 당분간 높게 유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NICE는 삼성중공업 등급 '상향조정 검토' 대상의 조건으로 △견조한 수주실적 지속△조선업 회복세 지속△매출 증가 및 영업이익 흑자 기조 안정적 유지△연결기준 조정순차입금의존도 35.0% 이하 등을 제시했습니다.
반대로 등급 전망 '안정적' 복귀 조건으로는 △연결기준 조정부채비율 300.0% 초과를 내걸었습니다. 작년 말 기준 삼성중공업의 조정부채비율은 200.5%로 NICE의 등급 하향 트리거(Trigger)를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1척당 로열티 100억” 한국형 LNG 화물창 KC-2···도입??
차세대 한국형 화물창인 KC-2가 HD현대중공업이 건조한 LNG 벙커링선에 처음으로 적용됐습니다. 외국 기업에 수조원대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상황에서 한국형 화물창의 대형 LNG선 적용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1세대 모델 KC-1 화물창에서 발생한 문제를 두고 소송전이 장기화되고 있어 한국형 화물창이 시장에 안착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은 이날 울산조선소에서 7500㎥급 LNG 벙커링선에 대한 명명식을 개최했습니다. 이번 명명식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 장관급 인사가 참석하며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행사입니다..
17만㎥급 LNG선을 건조하는 글로벌 조선소에서 7500㎥급 소형 선박 건조를 축하하기 위해 장관들이 울산으로 향한 것은 이 선박에 한국형 화물창인 KC-2 모델이 처음으로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KC-1에 이어 국책과제로 진행된 KC-2 화물창은 이전 모델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좀 더 쉽게 시공할 수 있도록 개발됐습니다.
KC-2 화물창은 이전 모델 대비 얼마나 자연기화율(BOR, Boil Off Rate)을 낮출 수 있는지가 핵심입니다. 1세대 한국형 화물창인 KC-1 모델은 자연기화율이 노후 LNG선과 비슷할 정도로 높아 LNG 화물창 라이선스를 보유한 GTT와 경쟁이 불가능합니다. 반면 KC-2는 이전 모델보다 시공도 간편해졌지만 자연기화율을 크게 낮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LNG선 수주가 늘어나면서 한국형 화물창 상용화가 절실합니다. 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 '빅3'는 통상적으로 LNG선 한 척을 건조할 때마다 화물창 라이선스를 보유한 GTT에 100억원 정도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GTT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의 산업지수 및 물가상승률이 반영되는 점을 감안하면 지불하는 로열티 규모는 더욱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조선 빅3는 지난 2021~2022년 총 185척의 LNG선을 수주했습니다. 척당 100억원의 로열티를 지불한다고 해도 GTT는 1조8500억원을 한국 조선업계로부터 가져가는 셈입니다. 한국가스공사와 조선 빅3는 지난 2004년 한국형 화물창을 확보한다는 목표 아래 국책과제로 KC-1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KC-1 화물창은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선 'SK세레니티'호와 'SK스피카'호에 처음으로 적용해 지난 2018년 SK해운에 인도했습니다. 하지만 화물창 냉기가 선체에 전달되는 '콜드 스팟(Cold Spot)' 현상이 발생하면서 운항이 중단됐습니다. 이에 책임소재를 두고 한국가스공사와 SK해운, 삼성중공업은 복잡한 소송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화물창 설계를 주도한 한국가스공사는 삼성중공업이 설계대로 건조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삼성중공업은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소 관계자들은 선박을 건조하는 과정에서 한국가스공사의 설계에 일부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 측은 설계대로 건조할 것을 강조했습니다. 일각에선 한국가스공사 실무 책임자가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기 위해 고집을 꺾지 않았다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대형 LNG선과 달리 대한해운엘엔지가 운영하는 벙커링선 'SM JEJU LNG2'호에 적용된 KC-1 화물창은 정상적으로 가동되고 있습니다. KC-1 화물창이 대형 LNG선과 벙커링선에 적용된 반면 KC-2 화물창은 아직 대형 LNG선 적용 계획이 없는 상황입니다.
한국형 KC-2의 상용화는 진행되고 있는 KC-1 소송 결과에 따라 속도가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KC-1 소송 결과가 KC-2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소송 당사자들이 조속히 결론을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KC-1에서 발생한 문제를 규명하고 책임소재가 명확히 밝혀져야 이를 근거로 KC-2의 실선 적용 여부를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와 같은 리스크를 안고 고가의 LNG선에 KC-2를 적용하겠다고 나설 수 있는 선사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새출발' 한화오션 "사람이 먼저다??"
한화 품에 안기는 대우조선해양이 퇴직금 지급규정과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부여 방식을 개정합니다. 이는 오랜 기간 경영난을 겪으며 기운이 빠진 임직원의 사기를 진작하고 성과에 따른 적절한 보상도 강화해 '사람'부터 챙기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오는 23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한화오션'으로의 사명 변경 안건 등을 의결합니다. 새로운 경영진 임명도 마무리 짓습니다.
주총에는 퇴직금 지급규정과 정관 변경 안건도 상정됐습니다. 그간 임원 퇴직금의 경우 성과배분 상여금을 제외한 퇴임 연봉 12분의 1에 재임 연수를 곱한 금액을 지급했습니다. 과거 경영난으로 2017년 3월 이후 퇴직금 지급률이 최대 3배수(사장 기준)에서 1배수로 쪼그라든 탓입니다.
퇴직금 규정이 변경되면 앞으로는 재임 연수 1년당 월보수액 3개월치의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됩니다. 늘어나는 퇴직금으로 현직 임원들의 사기진작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지급방식도 다변화했습니다. 과거에는 퇴직금을 통화로 지급하는 일원화된 방식이었다면, 개정 후에는 통화 또는 퇴직연금제 중 지급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셈입니다. 일부 안정적인 형태의 수입을 선호하는 이들은 퇴직연금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정관 개정에 따라 기존의 대우조선해양에서 운영하고 있는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 운영 방식도 바꿉니다. 주식매수선택권이란 회사가 임직원에게 일정수량으로 회사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입니다.
우선 부여 대상을 기존 '회사 설립·경영·기술혁신에 기여 임직원' 대상에서 '해외 영업'에 기여한 임직원까지 추가합니다.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할 수 있는 임직원 수도 최대 100분의 50에서 100분의 90으로 늘립니다.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주식매수선택권 행사 시점도 7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과 함께 퇴직금 제도 등을 바꾸는 이유는 공기업스러운 조직문화를 탈피하고 처우를 개선해 조직 분위기를 환기하기 위해서입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은 20년 넘게 산업은행 관리 하에 운영되며 다소 경직된 조직 분위기가 유지됐습니다. 경쟁사에 비해 성과에 따른 보상도 부족한 편이어서 인재 이탈이 꾸준히 문제가 돼 왔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함해 지속적인 신사업 확장과 사업재편 같은 미래 지향적 경영활동을 지원할 수 있는 새로운 조직문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언급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퇴직금 규정변경은 대우조선해양 임원 처우·보수 등이 경쟁사 대비 낮아 이를 정상화하기 위한 차원"이라며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기준 변경은) 회사에 기여한 성과에 대한 보상을 좀 더 폭넓게 부여하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