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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황' 조선업 철강…후판값 인상 조짐에 "수익 까먹지 않겠지??” 조선사 돕겠다는 금융당국에 은행들 떨떠름한 이유는? 중형조선소 ‘수익성’ 청신호…금융권은 RG발급 '발목'

샤프TV 2023. 5. 12.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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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rsUytHTZAiQ

'호황' 조선업 복병은 철강후판값 인상 조짐에 "수익 까먹지 않겠지??”

 

올해 들어 선가가 매월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지만 국내 조선사들은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입니다. 조선용 후판 값 협상 난항으로 원자재 값이 오르면 수익성 개선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입니다.

 

12일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선가지수는 지난해 동월 대비 9.54포인트 늘어난 167.32포인트입니다. 올 들어 매월 최고가를 갱신하며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선종별로 보면 LNG운반선(174000) 25600만달러, 대형 유조선(315000~32만㎥) 12200만달러, 컨테이너선(22000~24000TEU) 21750만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전 선박 모두 200~250만달러가량 올랐습니다.

 

선가가 오르는 것은 국내 조선사에 호재입니다. 선가가 오르면 고부가가치선을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펼치는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에서입니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국내 조선사가 수주한 배는 79척으로 364CGT에 달합니다. 수주 점유율은 1위 중국(50%)에 이어 36%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과거 같은 기간 국내 조선사들이 전 세계 수주 시장에서 낮은 점유율을 기록했던 것을 감안하면 순항하고 있는 셈입니다. 같은 기간 1~4월 기준으로 2019년과 2020년 세계 수주 시장에서 22%, 12%의 점유율을 보이던 국내 조선사들은 2021년부터 30%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가가 오르고 조선업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한 점은 다행스럽지만 철강재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점은 부담입니다. 조선용 후판 가격은 조선사 수익성 개선을 좌지우지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선박 제작 비용 20%를 조선용 후판이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말 80달러선이었던 후판 핵심 재료인 철광석 1톤당 가격이 최근 들어 100달러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한때 1톤당 120달러대까지 치솟더니 9일 종가 기준 106.0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철광석 가격 하락 당시 톤당 가격을 10만원 인하한 철강사도 이번 만큼은 전기료 인상 등으로 후판값 협상에서 물러서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상 3~4월쯤 마무리되는 후판값 협상 시점이 밀리고 있는 이유입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은 원재료비를 바로 제품가로 반영할 수 있는 자동차 산업과 달리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다르다" "선박 설계를 포함해 최대 선박 인도까지 최대 2~3년이 걸리는 만큼 단순히 당장 조선업황이 나아졌다고 해서 곧바로 원자재 비용을 전가한다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조선사 돕겠다는 금융당국에 은행들 떨떠름한 이유는?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선수금 환급보증(RG) 확대를 주문한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은행권은 편치 못합니다. RG는 기본적으로 위험이 높은 구조인데 대형 조선사뿐 아니라 중형 조선사에게까지 심사 허들을 낮추도록 등떠밀리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은행 책임을 낮춰줄 제도적 보호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됩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0일 조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금융지원 추가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대표적으로 RG 발급기관에 서울보증보험 등 3개 기관을 추가하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도 이에 적극 참여하도록 독려했습니다. 특히 지방은행을 중심으로 지역 중형 조선사에게도 선수금 환급보증을 발급해 주도록 했습니다.

 

RG란 조선사가 부도날 경우를 대비해 금융기관이 선주에게 선수금을 대신 변제해 주겠다는 약속을 말합니다. 통상 선주는 선박을 주문하고 제작에 필요한 선수금을 지급하지만 이를 실제 받아보기까지는 수년이 걸립니다. 이 기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선주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금융기관이 대신 보증을 서주는 것입니다. 금액이 크기 때문에 선주는 RG라는 보증이 있어야 조선사와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번 추가대책 발표는 조선업이 회복되면서 수주가 활발해진 데 따른 조치입니다. 국내 RG 발급 금융기관이 급격히 늘어난 RG 수요를 맞추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자 관련 지원 조건을 완화하는 등 개선에 나선 것입니다.

 

하지만 은행권은 떨떠름한 반응입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조선업에서 업황이 좋은 것은 대형 조선사에 국한될 가능성이 크다" "계약했어도 완성하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배를 만들다 보니 리스크가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리스크가 높아 대형 조선소에 대한 RG 발급도 꺼려지는데 중형 조선소에 대한 보증서 발급까지 떠맡기에는 부담이 크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RG 발급의 대가로 은행은 보증 수수료를 취할 수 있지만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RG로 인한 위험이 커지면 은행은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합니다.

 

특히 최근 고금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이 같은 우려는 더 커진다. 조 단위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부분 조선사는 대출을 받아 이익을 남깁니다. 이때 금리가 높으면 이자 부담이 높아질뿐더러 조선소가 남길 수 있는 차익도 적어집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은행을 보호할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무래도 경기 상황에 따라서 기업의 등급이 달라진다" "기업 등급이 좋지 않아도 정부가 적극 지원하자는 것이니 이를 고려해 구체적인 내용을 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도 "RG 지원은 당연히 하겠다"면서도 "대신에 (조선사가) 부실이 났을 때를 대비한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이와 관련 금융당국은 조만간 기업설명회(IR)를 열어 은행권의 우려를 불식시키겠다는 계획입니다.

 

중형조선소수익성청신호금융권은 RG발급 '발목'

 

조선 '3에 이어 글로벌 중형조선소(케이조선·대선조선·대한조선·HJ중공업)가 수익성 높은 계약 위주로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이 같은 영업전략 변화는 석유화학제품선 시황 개선에 따른 발주문의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낮은 신용등급 등을 이유로 금융권이 RG 발급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유조선 시황 개선과 함께 발주문의도 증가하면서 중형조선사의 선별수주에 나서고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원유 및 석유제품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장거리 운송이 증가한 것이 선박 수요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조선가보다 재매각(Resale) 가격이 더 높아지고 선령 5년 미만의 중고선 가격도 신조선가와 비슷한 수준까지 상승했습니다. 통상적으로 재매각·선령 5년 미만 중고선 가격의 상승은 신조선가를 끌어올리는 동력으로 작용합니다. 발주문의가 늘어남에 따라 중형조선소들은 수익성 높은 수주건 위주로 계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발주문의 증가에도 웃을 수 없습니다. 2016년 이후 극심한 경기침체에 시달렸던 중소조선소들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의 아픔을 겪었습니다. 국책은행들은 줄어든 일감과 낮아진 신용등급을 이유로 선수금환급보증(RG, Refund Guarantee) 한도를 크게 낮췄습니다.

 

2020년 이후 선박 수주가 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축소됐던 RG 한도는 확대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중형조선소들이 더 많은 선박 수주에 나서지 못하는 걸림돌로 작용했습니다. 조선 '3' 2026년을 넘어 2027년 납기까지 수주에 나서고 있는 반면 중형조선소들이 2025년 일감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입니다.

 

RG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인도해야 합니다. 1~2년 전 대비 선박가격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한 척을 인도해서 한 척에 해당하는 규모의 RG를 발급받을 수 없다는 점도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현재 MR탱커 시장가격은 2020년말(3400만달러) 대비 1200만달러 상승했습니다.

 

이 같은 선가 상승과 함께 늘어나는 수주에 국책은행의 대응이 절실합니다. 정부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빚좋은 개살구입니다. 시중은행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인지는 여전히 불확실하기 때문입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0일 울산 조선산업 현장을 방문해 차질 없는 수주활동을 위한 선수금환급보증(RG) 추가지원 등 금융지원 확대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정부는 RG 공급 확대를 위해 기존 금융권 외에 서울보증보험, 기계설비건설공제조합, 엔지니어링공제조합 등 3개 기관을 발급기관으로 추가하고 무역보험공사가 복보증을 지원하는 조건도 RG 분담제 전체 한도 85% 이상 소진에서 참여 금융기관의 개별 한도 70% 이상 소진으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대형사와 달리 중형조선소는 만성적인 RG 한도 부족으로 선박 수주에 나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에 중형조선소에 무역보험공사의 특례보증 비율을 85%까지 확대하고 총 지원 규모도 1200억원에서 2000억원으로 늘렸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향후 RG 수요를 보아가며 금융지원 규모를 추가 확대하는 방안도 관계부처 간 협의를 통해 마련해 나가겠다" "총 여신한도를 초과하는 RG 발급 특별승인 건에 대해 금융기관에 대한 면책 등 보호장치 마련도 추진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금융지원의 핵심은 중형사 RG 발급에 대한 시중은행의 참여 여부입니다. 무역보험공사가 보증 한도를 늘리고 조건을 완화하더라도 보증을 지원할 수 있는 RG가 발급되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지방은행인 대구은행이 한국조선해양 계열 조선 3사에 1억달러 규모로 RG를 발급하기로 한데 이어 부산·경남·광주은행도 지역 소재 조선사에 대한 RG 발급을 적극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이와 같은 정부의 발표가 빠른 시일 내에 실질적인 지원으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입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에 따르면 51000DWT MR(Medium Range)탱커의 최근 시장가격은 4600만달러인 반면 재매각 가격은 5000만달러, 선령 5년 미만 중고선 가격은 4200만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이전보다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당장 필요한 선박을 확보하려는 선사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난 2010년대에는 10척의 시리즈선을 수주하면 일감부족 걱정을 덜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는 시리즈선도 높은 선가를 제시하는 선사 위주로 최대 4척까지만 계약을 체결하는 방향으로 영업전략이 바뀌게 됐습니다. 이러한 흐름에 향후 선가가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되고 발주문의도 늘어나 선별수주가 계속 지속될 것이라는게 업계 전문가들의 중론이기도 합니다.

 

미국 동부지역으로 향하는 화물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신 파나마운하보다 정체현상이 덜한 구 파나마 운하를 통과할 수 있는 선박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랜 기간 선사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LR1(Long Range1)에 대한 발주문의도 최근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일본 등 경쟁국들은 자국 조선업계가 단 한 척이라도 더 수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금융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이에 반해 우리나라 중형조선소들은 금융권이 RG 발급을 거부해 선박을 수주하지 못하는 기현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금융권이 수출 확대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가 유일할 것"이라며 "경기침체와 구조조정을 견디며 생존에 성공한 국내 중형조선소들은 그 과정에서 부실을 털고 견실한 기업으로 성장했기에 본격적인 실적 개선도 기대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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