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 민영 3사로 재편···슈퍼사이클 앞두고 ‘박빙’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 하는 등 한국 대형 조선업계가 민영 3사로 재편되면서 그간의 무리한 경쟁보다 시너지 창출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더욱이 글로벌 조선업계가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전망도 나와 한국 조선업계의 흑자전환에 청신호를 켰습니다.
29일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이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해 한화그룹으로의 편입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로써 대우조선해양은 ‘한화오션’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달고 한화그룹사로서 새출발했습니다.
이에 따라 한국 조선업계는 대형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가 모두 민영 체제로 재편됐습니다.
특히 업계는 한화오션이 경쟁력을 되찾으면서 조선 ‘빅3’ 간 공정한 경쟁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간 대우조선은 KDB산업은행 관리시절 공적자금 지원을 바탕으로 저가 수주에 나서는 등 국내 조선사 간 출혈 경쟁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아 왔습니다.
더욱이 높은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주인 없는 회사’라는 낙인 때문에 선사들과 가격 협상에서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었고 선사 문제 등으로 인도가 불발될 경우 저가 매각하는 등 시장을 교란해왔다는 원성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새 출발한 한화오션은 고부가가치 수주전략을 강조하고 있어 기존 관행을 깨고 수익성 중심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습니다. 이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이 출범하며 저가 수주 경쟁을 지양하는 분위기는 더욱 분명해 질 것”이라며 “조선 3사의 수주 경쟁은 지속되겠지만 선별 수주를 토대로 고부가가치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여 선순환 구조를 확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글로벌 조선 업황 역시 슈퍼사이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호조를 보이고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저가 수주 지양, 선가상승,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강화 등이 실적 상승을 이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미 3사는 3년치 이상의 수주 물량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여기에 향후 3~5년간 꾸준한 발주가 이어질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도 제기됩니다.
최근 조선업계 슈퍼사이클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였습니다. 당시 글로벌 물동량 성장이 급증하며 선박 수요가 늘면서 국내 조선사들은 슈퍼사이클을 맞았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로 글로벌 주요 선사들이 수주를 줄였고 무리한 저가 수주로 글로벌 조선업계가 휘청되며 조선소 상당수가 문을 닫았습니다.
글로벌 조선사 수는 1020개(2008년 기준)에서 올해 4월말 기준 343개로 대폭 줄었습니다.
그러나 2021년들어 조선업계 호황이 시작됐습니다. 글로벌 해운업 호황으로 대규모 발주가 진행되고 있고 2008년 이전 인도됐던 선박들의 노후화가 진행되며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었습니다.
지난달 기준 선박 연령이 15년 이상 된 노후 선박 비중은 전체 37.7%를 기록했습니다. 선종별로는 탱커 47.0%, 컨테이너 43.6%, LPG 운반선 39.5% 등입니다.
또 IMO 환경 규제 강화로 친환경 선박 교체 수요 역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국내 조선 3사가 해양플랜트 시장 개척을 비롯해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운반선, 쇄빙 LNG운반선, LNG재기화선 등 LNG 선박 건조 능력을 강화한 것이 큰 보탬이 됐습니다.
이와 더불어 최근 차세대 친환경 연료인 메탄올·암모니아 등을 활용한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도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우선 새로운 모기업을 등에 업은 한화오션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은 선박엔진 전문기업인 HSD엔진 인수를 통해 수직계열화 구축에 나서고 있습니다. 기업결합 승인심사를 거쳐 오는 3분기 중 HSD엔진 인수를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이를 통해 한화오션의 주력 사업인 상선부문 뿐만 아니라 군함·잠수함 등 특수선 분야에서도 통합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이미 조선 3사(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와 엔진기계사업부를 갖추는 등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상태입니다.
최근 선박 수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엔진기계사업부 설비·보완·투자를 통한 생산능력 확충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력을 토대로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 모듈 표준화 기술 확보 등에 힘쓰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세계 FLNG 시장 8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는 994만6000CGT(140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며 단일조선소 기준 글로벌 수주잔량 1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옥포조선소(876만1000CGT·120척), HD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828만1000CGT·134척), 현대삼호중공업(687만3000CGT·116척)이 뒤를 이었습니다. 현대미포조선(260만6000CGT·123척)은 9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조선업의 3차 슈퍼사이클은 평균 30년 이상 걸리는 주기보다 빠르게 도래할 수 있다”면서 “대형 조선사들이 흑자 전환을 목표로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에 나선만큼 올해는 2010년대 이후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일시적 작업 중지, 해양프로젝트 외주 물량에 대한 보수적 예정원가 반영이 흑자 전환 시기를 늦춘 원인”이라며 “건조물량 증가에 따른 고정비 회수 효과와 건조선사 상승효과로 조선부문 수익률 개선 속도는 하반기로 갈수록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한편 슈퍼사이클을 앞두고 업체들 간의 우수 인력 확보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 상반기에만 3차례 채용을 진행했고 삼성중공업도 태국 조선업 숙련공을 비롯해 국내 인력 충원을 위해 곧 대규모 채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화오션 역시 다음달부터 대규모 채용을 통한 우수인력 확보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한화오션 첫 데뷔 ‘MADEX’ 최첨단 방산 기술···HD현대와 겨룬다
한화오션이 내달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 2023)'에 참가하며 새 출범 후 첫 공식 무대에 나섭니다. 이번 행사에서 한화오션은 절대강자로 군림하고 있는 잠수함 뿐 아니라 호위함 등 수상함 모델도 전시합니다. 이와 함께 한화시스템을 비롯한 한화그룹 방산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강조함으로써 HD현대와 수상함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오는 6월 7일부터 9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 참가합니다. 한화오션은 한화시스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나란히 부스를 설치해 전투체계부터 잠수함, 수상함으로 이어지는 한국 방위산업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번 전시회에서 한화오션은 잠수함과 함께 수상함 모델도 전시하며 해양 방산분야 강자로서의 역량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지난 1988년 독일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 KSS-I급(12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한 한화오션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에 나서 2021년 8월에는 우리나라 최초로 독자 설계·건조한 KSS-III급(3000톤급) 도산 안창호함을 인도했습니다.
또 2011년 3척의 인도네시아 해군 잠수함 신조계약을 체결하며 국내 최초로 잠수함 수출에 성공한 한화오션은 캐나다 잠수함 수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달 중순 캐나다 연방조달청과 해군 관계자가 한화오션 옥포조선소를 방문했는데 캐나다는 해상 방위력 강화를 위해 잠수함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수상함 시장에서도 행보를 넓혀갑니다. 방위사업청은 다음달 말 3600톤급 울산급 호위함(FFX Batch-III) 5·6번함 입찰을 개시할 예정입니다. 한화오션은 2800톤급 대구급 호위함(FFX Batch-II)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과 각각 4척씩 수주하는 등 수상함 시장에서도 강자로 군림했습니다. 하지만 매각 장기화와 경영악화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수주전에서도 경쟁사에 밀렸습니다.
SK오션플랜트의 저가수주도 한화오션의 수상함 수주를 가로막았습니다. STX조선해양의 방산부문을 인수한 SK오션플랜트는 울산급 호위함 1번함을 수주한 HD현대중공업에 이어 2~4번함을 가져갔습니다. 방사청이 제시한 입찰가격보다 500억원 정도 낮은 금액을 제시한 것이 수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습니다.
울산급 5·6번함 수주전에서도 SK오션플랜트가 저가수주에 나설 경우 1번함을 제외한 모든 울산급 호위함을 가져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이번 행사에서 개발 중인 최신예 함정과 프로젝트 등을 공개할 예정이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잠수함 시장에서도 손원일함 등 6척의 1800톤급 잠수함을 건조한 바 있으나 이후 수상함 시장에 집중해왔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오션플랜트는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저가로 수주는 손실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해 2~4번함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국민의 세금이 사용하는 것 만큼 5·6번함 입찰에서 어떤 조건이 제시되는지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