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바다 위 LNG 공장 FLNG로 '굳히기'
전 세계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강자 삼성중공업이 올해 상반기 무려 22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삼성중공업의 연간 매출액으로 8조원대를, 영업이익으로는 1700억원을 전망해 향후 삼성중공업의 행보에 업계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연간 매출 전망을 지난해(5조9447억원)보다 대폭 상승한 8조원으로 설정했습니다. 또 올해 수주 목표도 전년(94억달러) 대비 1억달러 높인 95억달러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000억원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이처럼 올해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데는 독보적 경쟁력을 갖춘 FLNG 시장 성장세와 이에 따른 자신감에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국내 조선 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중 FLNG 시장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한 뒤, 이를 정제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액화해 저장·하역까지 할 수 있는 복합 해양 플랜트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해상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육상 설비를 지을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가격도 일반 선박 대비 5배 이상 비싸고, 투자비는 적어 기업 입장에는 효자 제품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기준 FLNG 시장에서 무려 글로벌 점유율 80%를 기록해 독보적인 저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올해까지 전 세계에서 발주된 FLNG는 총 5척이며, 삼성중공업은 이 중 4척을 수주해 점유율 굳히기에 나섰습니다.
삼성중공업이 FLNG 시장 공략에 나선 건 지난 2006년 9월부터입니다. 당시 삼성중공업은 글로벌 천연가스 수요 증가를 예측, 1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4년 넘게 FLNG 기술 개발 및 확보에 뛰어들었습니다.
의미 있는 결과물도 차례로 도출됐습니다. 먼저 2009년에는 유럽 에너지 기업 로열더치셸과 15년간 FLNG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고, 첫 번째 선박인 '프렐루드(Prelude)' FLNG를 2011년에 수주했습니다. 이는 세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 수주로, 삼성중공업은 이 기간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넓혀왔습니다.
2015년에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로부터 15억달러 규모의 'PFLNG-2'를 수주해 건조를 시작했습니다. 또 2017년에는 25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해양 플랜트인 모잠비크 코랄 FLNG 프로젝트 건조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시장 장악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최근에는 차세대 FLNG 모델도 직접 개발해 납기 단축을 원하는 발주처 공략에도 나섰습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노르웨이 DNV선급으로부터 FLNG 부유체 독자모델(MLF-N)에 대한 기본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이는 지금껏 수행해 온 EPC(설계·조달·시공) 실적과 기술력을 함축해 표준화 한 모델입니다.
삼성중공업은 향후 FLNG 수주 경쟁에서 꾸준히 우위를 점할 전망입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신조 FLNG 등 해양 프로젝트는 올해 12개, 오는 2024년에는 11개 발주가 전망돼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국내 조선 3사 중 유일하게 흑자로 돌아섰습니다.
올해 1분기(1~3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8.1% 상승한 1조6051억원, 영업이익은 196억원입니다.
앞서 삼성중공업은 조선업 불황 직격탄을 맞아 실적 개선 속도가 느렸습니다. 이번 흑자는 지난 2017년 3분기(236억원) 이후 첫 흑자로, 삼성중공업은 같은 해 4분기부터 5년간 적자 터널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이번 호실적은 지난 2021년부터 이어진 견조한 수주 실적이 견인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수주 실적에 따라 연 매출 규모가 증가했고, 이에 따라 고정비 감소 효과와 선가 회복이 있었다"며 "또 원자재 가격 인상 둔화 등 이익률 개선 효과가 주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1분기 흑자 전환을 시작으로 올해 실적도 점차 개선될 전망입니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오는 2분기(4~6월) 매출과 영업이익은 2조192억원, 356억원으로 예측됐습니다. 올해 예상된 실적은 매출 8조465억원, 영업이익은 1734억원입니다.
배기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중공업의 1분기 매출액은 컨센서스를 하회하는 수준이었음에도 긍정적"이라며 "전사 수익성은 일회성 이익을 제외하더라도 순익분기점에 인접했고, 고정비 레버리지 효과는 2~4분기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예정된 카타르발(發) 초대형 호재에 따른 2차 수주도 기대됩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무려 최대 40여 척 발주가 예상되며, 국내 조선 3사도 올해 초부터 LNG선 물량 협상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카타르 정부는 기존 연간 7700만톤이었던 LNG 생산량을 오는 2025년까지 1억1000만톤으로 늘리고, 2027년까지 1억2600만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앞서 이들 3사는 1단계 프로젝트에서 총 54척을 수주했습니다.
아울러 지난 2020년 이후 지연됐던 아프리카 모잠비크 LNG 프로젝트도 올해 최종 발주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관련 물량은 17척 수준으로,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이 토탈에너지와 건조의향서(LOI)를 맺은 뒤 계약 물량 확정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은 현재 일감이 넘쳐나기 때문에 실적 개선은 시간문제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하반기는 꾸준한 선가 상승 및 카타르발 LNG선 발주 소식이 예정돼 있어 또 하나의 호재가 찾아올 전망"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조선 빅3', 2인자는 누구?
국내 조선업계 내 일명 '조선 빅3'라 불리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전 대우조선해양)이 수주 경쟁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HD한국조선은 연간 수주 목표액 대비 73% 가량을 채우며 부동의 선두로 앞서는 모습입니다. 올해 초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도 빠르게 수주 목표치를 채워 나갔지만 HD한국조선에 비해 초라한 성적입니다.
다만, 대우조선은 지난달 한화그룹 품에 안겨 방산업 시너지를 통해 향후 HD한국조선과 대등한 경쟁 체제를 마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적자 탈출'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말 주문받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1기를 올해 수주 목표치에 포함시켰는데, 이를 제외할 경우 한화오션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이에 HD한국조선의 뒤를 잇는 2인자 자리를 누가 차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은 현재까지 총 114억2000만달러를 수주했습니다. 이는 연간 수주 목표액인 157억4000만달러의 72.6%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선박 수로는 총 93척입니다. 선종 별로는 △석유화학제품운반(PC)선 29척 △유조선(탱커선) 3척 △컨테이너선 29척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4척 △중형가스선 2척입니다.
HD한국조선의 지난달 말 수주 목표치는 60%대 수준이었으나, 지난 1일 대만 선사 양밍해운과 1만5500TEU(1TEU는 길이 6m짜리 컨테이너 1개)급 LNG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 건조 계약으로 70%대로 진입했습니다. HD한국조선은 긍정적인 수주 달성률로 올해 역시 목표치를 무난히 넘길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 경우 3년 연속 수주 목표치 초과 달성에 성공하게 됩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27억달러를 주문받았습니다. 연간 수주 목표치 95억달러 대비 28% 규모입니다. 총 선박 수는 7척으로 각각 LNG운반선 4척과 원유운반선 2척, FLNG 1기 입니다.
삼성중공업의 지난달까지 실적은 LNG운반선 4척과 FLNG 1기에 불과했으나, 지난 2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원유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적을 더 올렸습니다. 하지만 현재 집계된 15억달러 규모 FLNG 1기는 지난해 말 수주받은 성과를 올해 기록한 겁니다. 따라서 사실상 정확한 수주 집계는 이를 뺀 12억달러, 연간 수주 목표액 대비 12.6%입니다.
한화오션은 현재 수주액 10억6000만달러를 기록중입니다. 연간 수주 목표치 69억8000만달러 중 15.2% 수준입니다. 선종 별로는 LNG운반선 4척과 창정비 1척 등 총 5척입니다. 이들 조선3사 중 현재 수주액으로 따지면 한화오션은 3위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중공업의 FLNG 1기를 빼면 양사의 성적은 유사한 수준입니다. 수주 달성률만 보면 삼성중공업을 앞서는 모습입니다.
또 한화오션은 한화의 지원으로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히는 재무구조 개선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이어 그룹이 진행중인 중대형 조선용 엔진 업체 HSD엔진 인수가 끝나면 자체적인 엔진 제작부터 선박 건조까지 가능한 상황이라 조선업 경쟁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란 분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