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계, 극심한 인력가뭄 해갈 '사활'
조선업계가 상반기 수주 호황을 누리는 한편 인력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하반기 채비에 나섰습니다. 하반기에도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선별 수주전을 이어갈 예정이나 인력 문제 해결은 여전히 시급한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조선 빅3(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수주잔량은 약 3734만CGT로, 향후 3년치 일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이는 지난 2011년 이후 최대 주문량으로, 조선업이 슈퍼사이클을 맞이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각 사별 수주현황을 살펴보면 HD현대그룹의 조선 중간 지주회사인 HD한국조선해양은 상반기에만 연간 목표 157억4000만 달러의 93%를 달성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연간 목표 95억 달러의 34%를, 한화오션은 연간 목표 68억8000만 달러의 15.2%를 채운 상태입니다.
특히 고부가가치 LNG(액화천연가스)선의 수요가 높아지면서 실적을 견인했습니다. 국내 조선3사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발주된 LNG선의 90%(28척)를 수주, 사실상 LNG선 시장을 독점했습니다. 향후 전 세계적으로 LNG 프로젝트가 추가로 진행되는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LNG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유럽을 중심으로 LNG선 발주가 꾸준히 이뤄질 전망입니다.
하반기에도 수주전을 이어갈 예정입니다. 특히 카타르발(發) 수주전에서 3사가 맞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해당 건은 하반기 예정된 카타르 LNG선 2차 물량으로, 최대 40척에 이르는 대규모 발주가 예상됩니다. 규모도 12조원에 달합니다. 국내 조선 3사는 이달 초부터 선주들과 2차 발주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이들 3사는 지난해 1단계 프로젝트에서 총 54척을 수주한 바 있습니다.
다만 국내 조선사들은 극심한 인력난으로 고생하고 있습니다. 이미 3년 치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으나 심각한 인력 부족으로 건조 차질 우려를 낳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올해부터 연평균 1만2000명 이상의 부족 인력이 발생하고 있고, 2027년에는 13만명의 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 등이 고용 절차를 간소화해 외국인 인력을 대거 투입하고 숙련공 유출을 최소화하는데 주력하고 있으나 근본적인 고용 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에 무게가 실립니다.
HD현대, 한화오션 등은 채용문을 열고 인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5월 새로운 이름으로 출범한 한화오션의 경우 대규모 경력 채용을 열고 재무·전략·인사 분야를 비롯해 생산·설계 분야 중심 모집에 나섰습니다. 이례적으로 규모 제한 없이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또 옛 대우조선해양 시절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았던 사무직 직원들의 임금도 개선했습니다. 연연봉을 1000만원 가까이 인상하며 경쟁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맞췄습니다.
HD현대그룹 조선사들도 하반기 경력사원 모집을 실시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이 대상입니다. 각 계열사마다 모집 대상은 조금 다르긴 하나 설계·생산을 비롯해 재무·제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미래 인재를 뽑아 하반기를 대비한다는 전략입니다.
기름보다 싸진 LNG… 한국 조선에 득일까 독일까??
선박 연료용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초저유황유(VLSFO) 가격을 2년여 만에 밑돌았습니다. 이는 국내 조선업계의 효자 선종인 LNG 연료 추진선의 경쟁력이 더 좋아졌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LNG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LNG 신규 프로젝트에 제동이 걸려 발주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옵니다.
26일 조선·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현지시각)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선박 연료용 LNG(LNG-380e) 평균 가격은 톤(t)당 465달러를 기록했습니다. 같은날 로테르담에서 거래된 초저유황유 가격과 비교해 105달러가량 저렴했습니다. 2021년 4월 이후 가장 큰 가격 역전 현상입니다. 보통 LNG가 에너지 효율이 높고 환경 측면에서 유리해 초저유황유보다 t당 500달러가량 비싸도 가격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LNG 가격이 치솟으면서 선박 연료용 LNG 가격과 초저유황유 가격은 지난해 8월 t당 2900달러 넘게 벌어졌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산 LNG 공급과 중국 경기 둔화로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면서, 선박 연료용 LNG 가격은 지난해 9월 t당 3660달러를 최고점으로 이달 현재 88% 하락했습니다.
LNG 연료 추진선은 계속 증가세입니다. 2018년 전 세계 124척이었던 LNG 연료 추진선(이중연료 포함)은 현재 411척까지 늘었습니다. 노르웨이 선급 DNV는 현재 발주 추이 등을 고려할 때 2028년에는 937척의 LNG 연료 추진선이 운항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LNG 연료 추진선은 국내 조선업계의 핵심 일감입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한 선박 516만CGT 가운데 LNG 연료 추진선은 44.3%(229만CGT)를 차지했습니다.
올해 하반기에도 추가 발주가 예정돼 있습니다. 국영 에너지기업 카타르에너지(QatarEnergy)는 올해 하반기 ‘카타르 LNG 프로젝트’ 2단계 물량을 주문할 예정입니다. 2단계 물량에는LNG 운반선 약 40척이 포함됐습니다. 미국 LNG 프로젝트 개발업체도 선사들과 LNG 운반선 발주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LNG 운반선 가격 역시 2억6000만달러(약 3300억원) 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다만 LNG 가격이 더 떨어지면 LNG 운반선 발주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천연가스를 개발·생산한 뒤 LNG로 변환해 LNG 운반선으로 수송하는 일련의 프로젝트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연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모잠비크 로부마(Rovuma) LNG 프로젝트가 대표적입니다. 총 300억달러(약 38조원)를 들여 LNG 개발·생산을 위한 설비를 2020년 상반기부터 지을 계획이었으나, 당시 코로나19 사태와 함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1MMBtu(열량 단위)당 2달러 안팎까지 떨어지면서 투자가 연기됐습니다.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면 액화·가공하는 LNG 가격도 함께 약세일 수밖에 없습니다. 프로젝트마다 차이가 크지만, 국제 천연가스 평균 가격이 최소 1MMBtu당 3달러 이상일 때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진행됩니다. 현재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1MMBtu당 2.8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환경 규제가 빠르게 강화하면서 브릿지(Bridge·중간 단계) 연료인 LNG의 입지가 불투명한 문제도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의 해운 환경규제 FuelEU 기준으로 순수 LNG 연료 추진선은 2039년까지만 규제를 충족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선박을 인도받아 15년가량 사용하는 점을 고려할 때 선사들이 주문을 망설일 수 있는 요인입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어지고 있어 LNG 운반선 수요가 단기간에 줄지는 않겠지만, LNG 가격이 더 내려가면 신규 프로젝트를 망설이게 될 것”이라며 “LNG에서 점점 암모니아와 메탄올로 전환이 이뤄지는 점을 고려할 때 LNG선 발주는 2025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한화오션, 베트남 인력 양성 지원
한화오션이 22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베트남 산업무역부(MOIT)와 ‘베트남 인력 양성과 채용 등 포괄적 협력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이번 MOU는 한화오션이 베트남 산업무역부 산하 직업훈련 기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지원함으로써 향후 한화오션이 필요로 하는 인력 채용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목적입니다.
한화오션은 이를 통해 숙련된 외국인 기술 인력에 대한 안정적인 채용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업계에서 선도적으로 시행되는 해외 기술인력 양성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될 경우 향후 한국 조선업계 인력난 해소의 효과적 방안을 제시하고, 한국과 베트남 간 포괄적 협력을 촉진하는 가교 역할도 해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