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LNG 화물창이 검증된 신기술?? 5년째 보수 공사중인 선주는 어떤 기분일까..
한국가스공사는 2014년 8월 한국형 LNG선 화물창 기술인 KC-1을 적용한 신규 선박 운영선사를 선정하기 위해 배포한 사업안내서에서 사업배경을 이같이 밝혔습니다. 그러나 KC-1 기술을 적용해 최초로 제작한 LNG선 2척은 지금까지 화물 한 번 제대로 나르지 못한채 5년째 보수중입니다.
가스공사는 2000년대 초반까지 육상 LNG 저장탱크 관련 기술을 속속 국산화한 뒤, 이를 바탕으로 2004년부터 2014년까지 국내 조선사들과 함께 선박용 LNG 화물창 KC-1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2016년에는 관련 사업부를 케씨엘엔지테크(KCLT)란 자회사로 독립시키고 KC-1 기술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으로 50.2%의 지분을 확보했습니다. KCLT의 나머지 지분은 한국의 대형 조선 3사가 각각 16.6%씩 나눠 갖고 있습니다.
당시 가스공사는 미국 멕시코만 연안의 루이지애나주(州) 사빈패스(Sabine Pass) LNG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2017년부터 20년간 매년 280만톤씩 도입하기로 하고, 멕시코만과 한국을 오가는 6척의 17만4000㎥급 전용 LNG선을 건조하고 운영할 선사 공모에 나섰습니다.
가스공사는 총 6척 가운데 2척은 자사가 2004년부터 10년간 개발한 LNG선 화물창 기술인 KC-1을 적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내걸었습니다. 이와 별도 그룹에 속한 4척은 시장을 장악한 프랑스 GTT사의 화물창 기술인 Mark III No.96을 요구했습니다. SK해운은 KC-1 기술을 적용한 부문에 응모했고, 운영선사로 선정됐습니다. SK해운은 삼성중공업에 선박을 발주해 SK세레니티, SK스피카 두 척의 LNG선을 건조한 뒤 각각 2018년 2월, 2018년 3월에 인도받았습니다.
그러나 KC-1 기술은 가스공사의 소개처럼 ‘검증된 기술’이 아니었습니다. 최초의 KC-1 적용선인 SK세레니티는 사빈패스 터미널에서 가스공사의 통영 기지로 첫 LNG 운송을 하는 도중 보냉기능 등에서 문제가 발생해 운송을 포기해야 했습니다. 화물창 내 초저온 상태의 LNG로 인해 선체 온도가 정상 기준보다 낮아지는 ‘콜드스팟’ 현상이 나타난 것입니다.
콜드스팟은 선체 강도를 약화시켜 자칫 침몰까지 이어질 수 있는 증상입니다. SK세레니티는 곧바로 보수작업에 들어갔고,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실제 화물을 운송하는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SK세레니티에 이어 제작된 SK스피카는 아예 제대로 된 항해를 단 한 차례도 하지 못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가스공사의 화물창 기술 부문을 독립시킨 자회사 KCLT와 함께 2018년과 2019~2020년 두 차례에 걸쳐 두 배를 보수했습니다. 보냉재 블록 사이에 추가로 단열재를 채워넣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콜드스팟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2021년 한 해 내내 이어진 3차 보수에서는 선체 온도를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화물창 하단에 스팀히터까지 설치했습니다.
3차 보수를 마친 SK세레니티는 2021년 12월 제주~홍도~인천 코스를 따라 시운전을 했지만, SK해운과 KCLT 사이의 갈등은 더 커졌습니다. 시운전을 진행한 해역과 그 과정에서 측정한 온도를 해석하는 방식의 이견 때문이었습니다. KCLT는 콜드스팟 문제를 거의 다 해결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면, SK해운은 선체에서 측정한 온도를 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시운전 구간보다 더 오랜 기간 운항하는 미국~한국 노선에서는 선체가 단열재가 막지 못한 냉기에 더 오래 노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관계사들은 올해 9월 마무리를 목표로 4차 보수를 진행 중이며, 올해 9~10월 사이에 4차 시운전을 진행 할 계획입니다.
이에 조선업계에서는 꼬일 대로 꼬인 KC-1 실선화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복기해 봐야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애써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 기술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쌓는 과정이 첫 걸음부터 꼬였기 때문입니다.
선박용 LNG화물창 기술이 육상용 LNG저장탱크 기술에 비해 더 어려운 이유는 바다의 물결을 따라 출렁이며 탱크를 때리는 수만톤(t)의 초저온 액체화물이 만들어내는 충격을 견뎌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액화 상태인 -162℃ 초저온에서 나오는 냉기를 단열재가 막지 못해 선체가 기준치 이하로 냉각될 경우, 선체에 쌓인 충격으로 배가 갑자기 두 동강 날 수도 있습니다. 금속은 일정한 온도 이하에서 충격이 쌓이면 예후 없이 갑자기 깨지는 현상인 취성파괴가 일어납니다.
이 같은 정보가 부족했던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수온이 낮은 대서양 북부에서 활동하던 미국의 양산형 함선이 취성파괴로 자주 침몰하기도 했습니다.
보냉성능은 LNG선의 경제성과도 직결됩니다. 단열이 잘 될수록 기화율이 낮아지며 운송 과정에서 손실되는 LNG가 줄어듭니다. 따라서 화물창내 LNG의 자연 기화율(BOR, Boil-off Rate)은 화물창 기술 수준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쓰입니다.
LNG화물창으로 유명한 프랑스 GTT사의 전신인 가즈트랜스포트(Gaztransport)와 테크니가즈(Technigaz)로 거슬러 올라가면 이 회사는 반세기 가까운 LNG 화물창 기술 개발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기술인 GTT의 마크3(MARK-III)도 1969년에 나온 마크1(MARK-I)이 50년간 진화한 결과물입니다. LNG와 바로 접하는 1차 방벽의 소재가 알루미늄에서 스테인리스강으로 바뀌기(MARK-I)까지 10년이 걸렸고 나무합판에 그쳤던 2차 방벽에 알루미늄박, 유리섬유, 폴리우레탄폼을 겹겹이 끼워 넣어 최적화하는데(MARK-III) 다시 7년이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사이에도 단열 성능을 강화하기 위해 셀 수 없이 많은 소재들이 쓰였고 실패로 이어졌습니다.
이런 수많은 실험들과 실패 그리고 시간들이 투자되어 지금에 GTT 화물창의 결과물이 완성된겁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한국가스공사측은 LNG화물창 기술을 너무 쉽게 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부와 가스공사 등은 차세대 기술인 KC-2를 개발해 KC-1 적용 과정에서 벌어진 난맥상을 돌파하겠다는 구상이지만, 화물창 기술 개발을 주도한 가스공사와 KCLT가 KC-1의 문제와 개선 방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다면 KC-2 화물창 역시 글로벌 시장의 신뢰를 다시 얻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콜드스팟’ 현상으로 5년째 보수공사중인 SK해운의 SK세레니티 LNG운반선을 봐도 알 수 있지만
수천억짜리 배를 만드는 선주들의 입장에서 아직 안정성이 입증되지도 않은 국산 화물창을
쓰라고 한다면 정말 망설여질 것 같습니다.
과거의 실패를 경험삼아 KC-2 화물창은 더 많은 테스트와 여러가지 실험들을 통해 철저하게
준비한 후 출시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