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NG 화물창 '특허권 갑질' 프랑스 GTT, 125억 과징금 취소 소송 패소
특허권 갑질 행위로 과징금 125억원을 물게된 프랑스 엔지니어링 업체 GTT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소송을 냈으나 사실상 패소했습니다.
서울고법 행정3부는 1일 GTT가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정당한 특허권 행사라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GTT의 행위는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에 해당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과징금 산정 기준에 일부 문제가 있다며 산정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짚었습니다.
GTT는 액화천연가스(LNG) 저장탱크 특허 사용권을 바탕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프랑스 국적의 엔지니어링 업체로 LNG 기술 라이선스(특허사용권) 시장에서 압도적 1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는 2020년 11월 GTT를 상대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약 125억원을 부과했습니다. GTT가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업체 8곳을 대상으로 LNG 화물차 기술 라이선스를 제공하면서 엔지니어링 서비스까지 구매하도록 강제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또 GTT는 조선업체들이 특허권의 유효성을 다툴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조건을 설정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당시 공정위 측은 "현행법상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행위와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이에 GTT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하며 시정 명령 및 과징금 취소를 요구하며 소송을 냈습니다.
비싼 로열티를 주고있는 LNG '화물창' 국산화가 더딘 이유는?
국내 조선업계의 수주 호황에 결정적 역할을 한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은 친환경 선박이기도 해 미래 먹거리로도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국내 조선 빅3(한국조선해양,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탄탄히 하고 있음에도 수조원의 로열티를 'LNG 화물창 설계 기술' 라이센스를 보유한 프랑스의 GTT에 지불해야 하는 구조적 한계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에 한국형 LNG 화물창 개발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개발과 적용까지는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0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국가스공사(KOGAS)가 한국형 화물창(KC-1)이 탑재된 LNG 운반선의 LNG 선적시험을 돌연 거부하면서 운항 재개도 늦어져 관련 회사들의 추가 손실이 우려되고 있다"며 "삼성중공업은 LNG 운반용 국적선 SK세레니티, SK스피카호가 11월 23일부터 삼척 LNG 터미널에서 LNG를 선적해 동해 상에서 LNG 선적시험(Full Loading Test)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있는 한국가스공사(KOGAS) 측에서 돌연 입항 거부 및 연기를 통보해 와 시험을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화물창 안 LNG의 냉기가 선체로 전달되는 '콜드스팟' 문제와 관련한 서류 미비의 이유를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중공업 측은 한국가스공사(KOGAS)가 선적을 불과 1주일 앞둔 시점인 지난달 16일 공문을 보내 '3차 선적 시험 시 발견된 콜드스팟 발생 부위의 수리 결과'와 '콜드스팟 발생가능성 분석 자료 및 선적시험 중 콜드스팟 발생시 대처 방안' 등의 서류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LNG선의 터미널 입항을 거부하고 연기를 일방 통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3차 시험 결과 발견된 콜드스팟 부위는 이미 한국가스공사(KOGAS)에 제출되었고 분석 결과, 수리 방법과 절차는 기술사인 한국가스공사(KOGAS), KC LNG Tech에서 준비하는 사항"이라며 "수리 결과는 선급에 이미 제출돼 관련 회사들에 공유된 바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한국가스공사(KOGAS) 측 통보에 반박했습니다.
아울러 "선적시험 중 콜드스팟 발생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급 규정상 허용 범위보다 안전한 상태로 확인됐고, 선적시험 중 콜드스팟 발생시 기술적 대처 방안도 관련 회사들과 협의를 통해 마련했다"며 "선급들로부터 운항증명서를 발급받아 안정성을 확보한 상태에서 LNG 선적 불허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삼성중공업은 현재 선적시험에 필요한 인력, 자재, 협력사 계약 등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이며, 한국가스공사(KOGAS)도 LNG 적하보험 가입을 진행해 이미 제출된 자료를 다시 요구하면서 LNG 선적시험을 지연시키는 행위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KOGAS)가 공문에 언급한 내용은 이미 전달됐음을 확인하고, 조속히 LNG선적시험을 진행할 수 있도록 조치를 촉구하는 내용의 공문을 지난달 24일 발송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국민 혈세로 개발된 KC-1을 탑재한 LNG선박이 품질 문제로 수년째 수리가 진행되면서 수천억원의 미운항 손실(SK해운)과 화물창 수리비(삼성중공업)가 발생해 민간기업의 부담이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LNG선적시험 지연은 운항 재개 시기를 수개월 연기시킬 수 있으며, 관련 기업은 막대한 손실을 추가로 떠안게 되는 부당한 상황에 놓일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이어 "KC-1의 품질 문제는 개발사, 설계사의 설계 결함으로 판단하고 있지만, 건조사로서 조속한 정상화를 위해 수리에 최선을 다 해왔다"며 "선주, 선급 요구에 따른 시험 재개를 앞둔 시점에 LNG선적을 미룬다는 것은 한국가스공사(KOGAS) 스스로 KC-1에 설계 결함이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LNG 화물창 문제는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한국가스공사(KOGAS)가 사장 교체기를 맞아 차기 사장 취임 전까지 결정을 미루고 있다는 분석이 주를 이루다 보니 선적 시험 자체가 무기한 연기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삼성중공업을 포함한 조선 3사는 올해 이미 연간 수주목표를 조기 달성하면서 슈퍼사이클(대호황)의 기대를 높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이 LNG운반선으로 한국조선해양은 42척을, 삼성중공업이 35척, 대우조선해양도 38척을 수주했습니다. LNG운반선의 경우 K-조선이 글로벌 시장에서 90% 이상 수주를 기록해 중국을 밀어내고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 독보적인 LNG 화물창 기술을 보유한 프랑스 GTT사입니다. GTT사는 이 기술로 LNG선 1척당 로열티만 100억원 이상을 챙겨가고 있습니다.
GTT(프랑스 선급인증)는 지난 1994년 가즈트랑스포르와 테크니가즈가 합병해 탄생한 회사로 LNG 저장운송 시스템 기술에 대한 특허 및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 LNG선 화물창 시장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과점 업체로 주요 고객은 한국 조선사입니다. GTT는 K-조선 빅3로부터 86%의 라이센스 기술료를 받는데, 통상 로열티 비용으로 1척당 선가의 5%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가스공사(KOGAS)가 미래먹거리를 지키기 위해 2004년부터 2014년까지 10년간 한국형 화물창 기술인 KC-1을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KC-1 기술이 최초 적용된 SK세레니티·SK스피카호는 보냉기능 문제로 화물을 제대로 나르지 못하는 문제점을 드러냈습니다. 화물창 내 초저온 상태의 LNG로 인해 선체 온도가 정상 기준보다 낮아지는 '콜드스팟' 현상이 바로 이것입니다.
이에 건조사인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에서 5년째 수리를 거쳐 운항 재개를 꿈꿨으나 또 다시 벽에 부딪혔습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NG운반선이 고부가가치 친환경 선박으로 꼽히고 있지만 이는 차세대 무탄소 선박이 등장하기 전까지의 과도기를 대표하는 수준"이라며 "LNG선은 기존 재래식 선박보다야 탄소배출량이 적다지만 2050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기준을 맞추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어 "2025년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2030년까지는 LNG운반선을 계속 수주해야 한다면 로열티가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는 LNG 화물창의 국산화 개발은 올해나 내년까지는 성과가 나와야 하는데 너무나 더딘 상황"이라고 우려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