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신조 경쟁…현대‧삼성‧한화, 차별화로 승부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국내 조선 빅3의 외형 싸움이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20여년 만에 오너 기업 체제로 전환하는 만큼 그룹간 자존심을 건 신경전도 가세하는 모양새입니다. 빅3는 조선사업의 경쟁력을 높이되 그 방법을 ‘비조선’에서 찾는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마무리 한 현대중공업과 엔지니어링, 물산 등 계열사와의 협업을 추진하고 있는 삼성중공업, 방산 강자 한화그룹을 새주인으로 맞이한 대우조선해양 등 3사는 그룹 차원에서 계열사 사업을 활용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해 나가고 있습니다.
이재용, 장기선, 김동관 등 3세 총수 체제를 맞이했다는 점도 변화거리입니다. 사양산업이라고 낙인 찍혔던 조선업과 관련해 이들 총수는 미래에도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업군이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은 지주사 체제 전환, 선제적 사업 구조개편이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전 계열사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습니다.
모태 사업 조선‧해양부문은 중간 지주사 한국조선해양을 필두로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등 계열 3사가 연간 수주목표를 초과 달성하며 최소 3년치 이상의 물량을 확보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조선해양은 최근 중형 선박엔진업체인 STX중공업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실패한 대우조선해양을 제외하면 조선 관련 사업에서 타 기업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것은 현대삼호중공업 이후 20여년 만입니다. 이미 선박엔진 부문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현대중공업그룹이 STX중공업 인수에 성공하면 관련 사업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전망입니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역시 중간 지주사인 현대제뉴인이 이끌고 있는 산업기계 부문에서도 국내 1위를 넘어 세계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를 비롯한 에너지 부문은 조선‧해양 부문을 넘어 계열 사업 부문 가운데 최고 매출과 이익을 거두는 캐시카우의 역할을 확실히 다져 나가고 있습니다.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축으로 하는 기타 서비스 부문도 본격적인 수익 사업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대중공업그룹이 더 이상 조선 사업에 수직계열화한 기업이 아니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그룹은 종합중공업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면서 비조선 부문에서 수익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그룹내에서 주력인 조선해양 사업의 비중이 적정 수준으로 줄었다는 것은 그만큼 선박 수주시장이 침체에 빠지더라도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커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한 한화그룹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과의 경쟁에서 차별적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안 마련에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그룹은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방위산업의 위상을 키울수 있다는 데 주목하고 있습니다. 육상과 항공‧우주산업에 잠수함과 군함 등 해상 산업을 결합해 외형을 키우는 한편,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민간 선박 건조 능력을 바탕으로 조선사업에서 새로운 성과를 내겠다는 것입니다.
대우조선해양으로서는 20년 넘게 주인없는 기업, 산업은행 관리 기업으로 지내오면서 목말라한 과감한 설비투자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는 물론 중국 조선소와의 경쟁에서 대우조선해양이 항상 아쉬웠던 점이기도 합니다. 또한, 기 보유한 선주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 수주 시장에서도 현대와 삼성 못지 않은 브랜드 파워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 한화그룹은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시너지를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LNG, 암모니아, 수소, 풍력 등 한화의 에너지 분야 역량을 대우조선해양의 에너지 생산 설비, 운송 기술 분야와 결합해 그린 에너지 밸류 체인을 새롭게 구축할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양사의 결합으로 글로벌 수출 네트워크도 확대돼 수출 판로도 크게 넓어집니다. 중동, 유럽, 아시아에서의 고객 네트워크를 공유하면 한화의 무기체계는 물론 대우조선해양의 주력 제품인 잠수함 및 전투함의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화는 대우조선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단순한 이익 창출을 넘어 지역 상생은 물론 수출 확대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일조하고, 빠른 시간 안에 경영 정상화를 이뤄 조기 흑자 전환한다는 계획입니다.
신조선가 강세 지속 전망
오랜 기간 거침없이 상승하던 선박 건조가가 최근 들어 한풀 꺾이는 양상을 보이나, 장기적으로는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입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Clarksons Research사가 집계하는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금년 11월 161.69로, 10월 161.96 대비 0.27%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신조선가지수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올해 8월까지 21개월 연속 올랐습니다. 8월 162.12로 고점을 기록한 후 9월 소폭 하락(161.94)했다가 10월 상승했습니다. 그러나 한 달 만인 11월(161.69) 떨어지며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선가가 지난 21개월 간의 상승기 때처럼 오르긴 어렵겠지만 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선가 상승은 원자재값 상승분을 반영한 결과"라며 "후판값이 지금보다 더 오르진 않을 것 같기 때문에 앞으로 선가가 급격하게 상승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원재료 가격 하락세를 감안하면 추가 선가 상승 여력은 제한적"이라면서도 "국내 조선사의 높아진 가격 협상력을 감안하면 가격 강세는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무엇보다 조선사들이 넉넉한 일감을 바탕으로 가격 협상에서 완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계는 라이벌 중국 업체들과의 치열한 수주 경쟁으로 인해 선가 책정에도 제한을 받았습니다. 독일 조선해양산업협회(VSM)에 따르면, 중국 조선사들이 제시하는 신조선가는 지난 15년 전 대비 평균 임금이 약 400% 수준으로 치솟았음에도 같은 기간 내림폭이 최대 30%에 달한다고 알려졌습니다.
이처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맞닥뜨린 불황기에 중국 조선사들이 저가 수주를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기 시작하자, 한국 조선사들 역시 울며 겨자먹기로 수 년 동안 저가 수주에 뛰어들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 3사는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도크를 다 채웠습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압도적인 수주 경쟁력을 갖고 있는 LNG운반선의 경우, 오는 2026년 물량까지 도크가 거의 다 찬 상태입니다. 또 공급여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새롭게 발주되는 LNG선에 대해서는 조선 3사가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해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폴란드에 LNG운반선 2척 인도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건조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폴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피지앤아이지(PGNiG)에 인도되었습니다. 두 선박은 미국산 LNG를 폴란드로 실어나를 예정으로 폴란드는 이로써 에너지난으로부터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다니엘 오바이텍(Daniel Obajtek) PKN 올렌 에너지그룹 최고경영자(CEO)는 피지앤아이지의 LNG운반선 인수를 공식 발표하며 두 선박의 인수를 통해 폴란드가 미국으로부터 LNG를 수입할 수 있게 되면서 폴란드 에너지 사정이 다소 나아질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폴란드는 그동안 러시아로부터 100% 에너지를 공급받고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의 루블화 대금결제를 폴란드 정부가 거절하자 러시아는 지난 4월부터 LNG 공급을 중단했습니다. 이에 폴란드 정부는 발틱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노르웨이로부터 LNG를 공급받고 전체 에너지의 약 30%를 해상운송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다니엘 오바이텍 CEO는 "한국에서 올렌그룹(Orlen Group)이 주문한 8척의 LNG 운반선 중 2척을 인도받았다"며 "우리 선박들을 통해 미국에서 LNG를 효율적으로 수입할 수 있게 됐고 해양 공급은 폴란드 수요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인도한 두 선박은 길이 300m, 17만4000㎥의 LNG를 운반할 수 있는 LNG운반선으로 노르웨이 회사 크누센(Knutsen)이 8척을 발주했지만 폴란드 국영 에너지 기업 피지앤아이지가 10년간 용선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2025년 말까지 LNG 운반선의 수는 8척으로 증가할 예정이며 2024년에 2척, 2025년에는 4척의 LNG 운반선을 추가 인도할 예정입니다.
이번 선박 인수로 폴란드 에너지 사정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한국조선해양,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수주
한국조선해양이 14일 공시를 통해, 방위사업청과 총 6,707억원 규모의 '광개토-Ⅲ 배치-Ⅱ' 후속함(3번함)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해군이 도입하는 차세대 이지스구축함 3척 중 마지막으로, 울산 현대중공업에서 건조돼 2027년 12월 31일까지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업계 정보에 따르면, 함정은 길이 170m, 무게 8,200톤 규모이며 최대 30노트(55km/h)의 속도로 운항이 가능하다고 전해졌다.
또한 최신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탄도미사일 탐지와 추적, 요격이 가능하고 뛰어난 스텔스 성능과 대잠 작전 수행 능력을 갖춰 해상 기동 방위체계의 핵심 전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08년 세계에서 4번째로 7,000톤급 이지스구축함의 선도함인 '세종대왕함'을 건조했고, 올해 7월에는 차세대 이지스구축함의 선도함인 '정조대왕함'을 진수했다. 한편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현재까지 194척, 236억불 규모 신조선을 수주, 연간 수주 목표의 135.3%를 달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