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조선업황 전망
2008년 금융 위기부터 시작된 조선업 장기 불황이 코로나 사태와 함께 끝나고 일감도 다양해지면서 조선업계가 초호황기에 진입했다는 긍정적 분석이 나오나, 최근 글로벌 경제가 가지고 있는 거시경제적 난점들이 향후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있으며 따라서 조선업계의 오는 2023년 행보 또한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올해 수주 목표를 초과 달성한 국내 조선업계는 내년에도 견고한 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됩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올해까지 이어진 컨테이너선·LNG운반선 수주는 다소 주춤할 수 있지만, 대신 탱커와 LPG운반선, 해양플랜트 발주가 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탱커 부문은 최근 선박 운임이 치솟고 있고 특히 조선소 수주잔량이 역사적 저점에 달한 상황이라 조선업계의 신규 수주 랠리가 예상되는 시점입니다. 업계에서는 탱커 발주가 틀림없이 재개될 것이나 그 타이밍이 명확치 않다며, 야드 잔여 인도 선표를 확보하기 위한 선주들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초래한 글로벌 에너지 대란으로 LPG 수요가 늘고 있어 LPG운반선 발주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LPG는 LNG와 섞어 태울 수 있어 겨울철 LNG 수입을 줄일 수 있습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Clarksons Research사에 따르면, 세계 LPG 수송량은 내년 1억 2,100만톤으로 올해보다 3% 이상 증가할 전망입니다. 이미 올해 국내 조선 3사는 LPG선 16척을 수주했습니다.
아울러 에너지 위기와 유가 상승을 배경으로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투자여력이 확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드릴십 매수 문의가 활발한 상황"이라면서 "해양플랜트 역시 발주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신규 프로젝트 개발이 확정될 경우 발주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60불 이상 되면 해양개발 채산성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2023년 조선업계가 경기 침체 등 일련의 역풍에 직면하게 되며, 특히 LNG운반선, 컨테이너선, 대형 탱커, 특수선 등 부문에서 야드 선석(berth) 부족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습니다.
Clarksons사의 Steve Gordon 이사(Managing Director)는 조선사들의 빡빡한 캐파(capacity)가 완화의 기미가 없어 보인다며, 2021년 초 2.7년 수준이던 글로벌 조선업계 일감이 최근에는 3.5년으로, 지난 2010년 이후 최고치에 달했다고 집계했습니다.
해운시황도 수요의 둔화 또는 위축으로 어려운 흐름이 예상되어 선주들이 환경 규제의 효과를 실감하면서도 대대적인 신조선 투자를 단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의 양종서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들을 감안하면 2023년 중 선주들은 불리한 여건 하의 중장기적 신조선 투자계획을 수립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최근 분석했습니다.
그에 따르면, 2023년 세계 신조선 발주량은 전년대비 약 37% 감소한 2,200만cgt, 발주액은 약 39% 감소한 610억불 내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2023년 카타르 관련 프로젝트 등으로 LNG운반선 발주량은 양호한 수준이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나, 2022년 수준에 이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무엇보다 인력난 문제가 조선업종의 최대 해결과제로 지적됩니다. 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조선업계 전체 종사자는 93,038명으로, 2014년(203,441명)보다 54.5% 감소했습니다. 협회는 앞으로 5년간 43,000명의 추가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외국인 인력 속속 입국…
삼성중공업이 올해 외국인 숙련공 채용 규모를 1200여명으로 확대하기로 한 가운데, 외국인 전문인력이 작년 연말부터 속속 입국 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인도네시아 국적의 용접 전문인력 41명이 지난달 3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고 2일 밝혔습니다.
이는 조선업 인력난 해소를 위해 지난해 외국인 유입 인력 제한 완화 등 정부 대책 시행 이후 가장 많은 외국인 인력 입국 사례입니다.
이들은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산업 안전 및 전문 심화 교육 등을 마친 후 생산 현장에 투입될 예정입니다.
삼성중공업 및 협력업체에 취업한 외국인 근로자는 지난해 말까지 782명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도입 규모를 1200여명까지 확대해 현장의 인력난에 적극 대응할 계획입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외국인 인력 채용 확대에 대비해 다양한 맞춤형 지원방안을 시행 중입니다.
기숙사를 비롯해 현지식 메뉴 구성 및 휴일 식당 운영, 전문 통역사 배치, 인센티브 지급과 종교행사 지원 등 근로 여건 뿐만 아니라 산업안전보건 교육 영상을 현지어로 제작해 교육에 활용하는 등 사고예방 조치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생산 인력 채용 테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국내 인력은 물론, 외국인 전문인력 채용에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계묘년 일감 쏟아지고..현대중공업, 흑자 기세 몰아간다
현대중공업이 계묘년에도 '열일' 행보를 이어갑니다. 이미 두둑히 쌓인 수주 곳간 덕에 3년간 일감 걱정은 없을 거라는 관측도 쏟아집니다. 현대중공업은 국내 조선업계 1위답게 이를 뒷받침할 인력 배치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입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1월까지 조선 부문에서 108억16만달러 규모의 수주액을 올렸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103억1만달러)보다 5억달러 가량 높은 수치입니다. 이로써 현대중공업은 한 해 수주 목표(83억4300만달러)를 129.6% 초과 달성했습니다. 작년 전체 수주액은 곧 발표될 계획입니다.
지난 2년 동안 수주 호황을 누린 데 더해 올해도 느낌이 좋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기조와 해양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입니다. 노후 선박 교체 수요가 늘어난 점도 밝은 전망에 힘을 실어줍니다. 일부에선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고금리 여파가 걸림돌이지만 한시적인 현상일 것이라는 추측도 내놓습니다. 앞으로 3년치 일감은 따놓은 당상이라는 평도 나옵니다.
실제로 현대중공업 올산 본사에는 건조 중인 선박과 대기 중인 물량 등으로 일감이 쌓여있습니다. 사내 작업장과 도크도 사실상 풀가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현대중공업이 흑자 행진을 이어갈 지도 올해의 관전포인트로 떠오릅니다. 앞서 현대중공업은 수많은 조선사들이 적자에 허덕일 때 지난해 3분기 연결기준 14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둬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K-조선'의 불황 탈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현대중공업의 작년 4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를 436억원으로 집계했습니다. 이는 3분기 실적의 3배를 뛰어넘는 규모입니다.
걱정거리였던 '노조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실적 개선에 탄력을 얻을 것이란 시선도 있습니다. 작년 11월 15일 찬성률 57.47%로 '2022년 임금 및 단체협약' 노사 2차 잠정합의안이 가결되었기 때문입니다.
노사가 9년 만에 무분규로 단체교섭을 마무리하면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한 만큼 이들 협력이 주는 긍적적인 효과도 상당할 전망입니다.
특히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조선업계는 쏟아지는 일감을 챙길 인력이 부족한 점을 현안으로 꼽고 있습니다. 과거 호황기 때와 비교해 인력이 반토막 났다는 반응도 심심찮게 나옵니다.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에서 일하는 원·하청 직원은 지난해 기준 약 2만4800명입니다. 작업 인력이 6만명에 달했던 2013년보다 절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인력난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는 이유입니다.
작년에는 7년 만에 생산기술직 공개 채용을 열었습니다. 미래 기술인재를 키우기 위해 기술교육원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국폴리텍대학과 전국 특성화고 및 마이스터고 등과 연계해 협력사의 인력 수급도 지원 중입니다.
정부 역시 해외에서 인력을 수급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조선업 관련 특정활동(E-7) 비자 발급기준을 크게 완화했습니다. 이에 지난해 연말까지 외국인 수십명이 현대중공업 사내협력사에 입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새해에도 희소식이 이어집니다. 올해 현대중공업 협력사에 취업하기 위해 태국과 베트남 및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1000여명이 국내로 입국하기로 예정되면서입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 인력 수급이 인력난의 장기적인 대안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업계 전반적으로 국내 청년층을 중심으로 한 기술인재 양성이 필요해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오는 3일 공시를 통해 올해 수주 목표치를 발표할 예정"이라며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향후 전망이 마냥 밝지만은 않지만 앞선 기술력과 높은 품질로 국내와 세계 조선업계를 이끌어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