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바다 위 원자력 발전소’ 개발에 속도전
삼성중공업은 해상 원자력 발전 설비 부유체인 ‘소형 용융염원자로 파워 바지(CMSR Power Barge)’에 대한 개념설계를 완료해 미국 ABS선급으로부터 기본 인증(Approval In Principle)을 획득했다고 4일 밝혔습니다.
CMSR 파워바지는 원자력과 조선해양 기술의 융합체로 해상에서 소형 용융염원자로(CMSR) 기술을 활용해 생산한 전기와 열에너지를 육·해상에 공급하는 신개념 발전 설비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특히 부지 선정 및 설비 제약조건이 상대적으로 덜 까다롭고 건설 기간이 약 2년으로 짧으며 비용도 적게 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CMSR(Compact Molten Salt Reactor)는 핵분열 에너지를 활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없으면서 높은 효율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 차세대 에너지원입니다. 일반 대형 원자로에 비해 크기가 작아 활용 분야가 다양하고, 원자로 내부에 이상 신호가 발생하면 액체용융염(핵연료와 냉각재)이 굳도록 설계돼 높은 안전성을 확보한 것이 특징입니다.
삼성중공업이 개발한 CMSR 파워 바지는 전력생산 수요 규모에 맞춰 100MW급 CMSR을 2기에서 최대 8기까지 탑재할 수 있으며, 부유체 내에 스팀 터빈 발전기와 송배전 설비를 갖춘 ‘바다 위 원자력 발전소’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월 CMSR 개발사인 덴마크 시보그(Seaborg)와 업무협약을 맺고 부유식 원자력 발전 설비 제품 개발에 착수했으며, 이번 부유체 개념설계 선급 인증을 시작으로 CMSR 실증 이후 전체 발전 설비의 상세설계 등을 거쳐 2028년까지 제품을 상용화 할 계획입니다.
시보그는 상시 전력이 부족한 개발도상 국가들을 대상으로 영업활동을 활발히 전개하고 있습니다.
한편 삼성중공업은 CMSR 파워 바지가 기존 화석연료 기반 발전설비의 대체 수요 뿐만 아니라 산업 공정열·난방열, 수소 생산 및 해수 담수화 설비에 필요한 전기와 열에너지 공급원으로써 수요처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 올해 수주량 1위 재탈환 가능할까?
세계 신조 시장을 리드하는 '2강(强)' 한국과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이 지난 2022년에도 변함없이 열띤 양상을 띠었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Clarksons Research사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2,034만cgt(전체 49% 비중) 선박 수주를 기록한 중국과 1,564만cgt(37%) 물량을 수주한 한국이 각각 이 부문 1, 2위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한국은 고부가가치 선박인 가스운반선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중국은 저부가가치 벌커나 소형 컨테이너선으로 수주 선종이 양분화된 모양새입니다. 특히 카타르 프로젝트 개시 및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LNG운반선의 경우, 한국 조선사들은 지난해 세계 발주량의 65%(1,012만cgt)를 가져가며 압도적인 경쟁력을 입증했습니다. 중국은 컨테이너선 676만cgt(33%), LNG운반선 440만cgt(22%), 벌커 332만cgt(16%) 순으로 수주량이 많았습니다.
한국은 2020년까지 3년 연속 수주량 1위에 올랐지만, 이후 2021년부터 '저가공세'를 펴고 있는 중국에 밀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중국이 규모 면에서 세계 1위 조선대국으로 부상했지만, 업계에서는 한국과 비교해 효율성, 관리, 기술 등에 크게 뒤처져 있다고 평가합니다. 한국에 비해 중국 조선 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인건비의 우위를 가지고 있으나, 낮은 제품 구조, 글로벌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 부족, 낮은 요소생산 효율, 공급망 측면에서 부품조립 산업의 발전 지연, 주요 기업의 높은 부채 비율 등 개선해야 할 부분 또한 존재합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친환경선박 등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가치 품목의 경쟁력이 우월합니다. 대표적 고부가가치 선박인 LNG선은 올해에도 수요 호조가 계속될 공산이 큽니다. 한화투자증권은 세계 LNG 수요 확대와 러시아산 가스의 유럽 수출제한, 2010년 이전 발주 선박의 교체주기 도래 등으로 오는 2030년까지 총 610척에 달하는 LNG선 신규 발주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새주인 한화그룹 간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됩니다. 업계에서는 한화의 해양첨단시스템 기술을 대우조선의 함정 양산 능력과 결합해 자율운항이 가능한 민간 상선을 개발하거나, 잠수함에 적용 중인 한화의 친환경 에너지저장장치(ESS) 기술을 활용해 친환경 선박을 개발하는 등 우리나라의 2023년 글로벌 선박 수주 시장 1위 탈환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아울러 에너지 위기와 유가 상승을 배경으로 석유업체들의 해양플랜트 투자여력이 확대, 국내 조선사들의 수주 기회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 또한 나오고 있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70달러 안팎에서 움직이면서 드릴십 매수 문의가 활발한 상황"이라면서 "해양플랜트 역시 발주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고 신규 프로젝트 개발이 확정될 경우 발주가 본격화될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업계에서는 통상 국제 유가가 배럴당 50~60불 이상 되면 해양개발 채산성이 있다고 봅니다.
한국형 LNG화물창 결함 책임 공방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의 핵심인 LNG화물창(저장탱크) 국산화 사업에 참여한 국내 민간 기업들이 5년째 이어진 손실에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국산 LNG 화물창을 설치한 선박 2척에서 운항 초기 선체로 냉기가 새는 문제가 발생하면서 운항을 못 하는 상황이지만 설계를 맡은 한국가스공사가 책임을 미루면서 손해가 수천억원대로 불었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46민사부는 삼성중공업, SK해운, 한국가스공사가 각각 제기한 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 맞소송을 병합 심리 중입니다. 선박을 건조, 수리한 삼성중공업과 운항사인 SK해운이 발주사이자 LNG화물창 설계업체인 한국가스공사를 상대로 2019년 각각 수리 비용 등에 따른 손해와 설계결함에 따른 선박 가동불능으로 발생한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했습니다. SK해운은 다음 해인 2020년 SK해운을 상대로 LNG 운송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사건은 한국가스공사가 LNG 저장탱크 설계를 맡고 삼성중공업이 이 기술이 적용해 건조한 선박 2척에서 탱크 내부의 냉기로 선체 외판 온도가 허용된 범위보다 낮아지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벌어졌습니다. 결빙 등으로 최악의 경우 선박의 철판이 깨지면 영하 163℃의 극저온에서 600분의 1 부피로 액화된 천연가스가 빠르게 기화하면서 대규모 폭발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기술 개발사인 한국가스공사가 알려준 방법에 따라 4년에 걸쳐 총 4차례의 수리 작업을 진행하고 지난달 23일부터 삼척 LNG터미널에서 LNG를 싣고 동해를 운항하는 선적 시험을 할 예정이었지만 시험을 주관하는 한국가스공사가 서류 미비를 이유로 돌연 시험을 연기했습니다.
SK해운이 선박을 가동하지 못하면서 현재까지 누적된 손실은 2200억원에 달합니다. 해운사는 일반적으로 화주와의 장기운송계약을 전제로 빚을 내 선박을 건조하고 화주로부터 운송비를 받으면 차입금과 이자를 갚습니다. 이에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하루 이자비용만 1억원이 넘는 것으로 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삼성중공업도 반복된 수리로 1000억원 수준의 손해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가스공사가 설계한 국산 LNG 저장탱크 기술 'KC-1'은 정부와 한국가스공사가 국책과제로 추진한 사업입니다. 국내 조선업계가 전 세계 LNG 운반선 건조 시장의 80%를 점유하면서도 LNG 저장탱크 기술은 갖추지 못해 기술 독점업체인 프랑스 GTT에 LNG 운반선 1척마다 100억여원의 로열티를 지불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가스공사가 국책과제 수행자로 2004~2014년 이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10여년에 걸친 기술 개발에 정부출연금 83억7000만원을 포함한 연구개발비 197억원과 제작비 230억원 등 총 427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2014년 LNG 운반선 수주 공고 당시 'KC-1' 기술을 검증된 국내 신기술로 설명하면서 필수 적용 조건으로 안내했습니다.
조선업계와 해운업계에서는 완성도가 높지 않은 기술을 섣불리 상용화하려고 서두르면서 막대한 국민 혈세가 낭비되고 손실은 민간기업이 떠안게 됐다고 주장합니다. 수리 장기화 문제는 올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한국가스공사 책임론으로 불거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최종 선적 시험이 서류 미비 등 석연치 않은 이유로 미뤄진 것을 두고 한국가스공사가 이달 초로 예정됐던 사장 교체를 앞두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소극적으로 일관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옵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설계에는 문제가 없다며 소송을 통해 책임을 가리겠다는 입장입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운송 차질에 따른 손해에 대해 SK해운에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도 냈습니다.
이 사건은 SK해운이 삼성중공업에 손해배상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런던해상중재원에도 제기된 상태입니다. 지난해 7월 저장탱크 결함이 인정됐고 손해배상 관련 중재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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