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왕좌탈환 친환경 선박시장서 '격돌'
국내 조선업계 텃밭이었던 액화천연가스(LNG) 선박시장에서 중국이 무서운 기세로 치고 올라왔습니다. 전 세계 조선업계의 무게추가 고부가가치·친환경 선박으로 옮겨간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 공세로 밀어붙였던 전략을 고치더니 2년 연속 글로벌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이에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서 한국은 글로벌 조선산업의 패권전쟁을 다시 준비합니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중국은 어떤 강점으로 격돌할지 분석해 봤습니다.
중국은 그간 저가 수주 위주로 글로벌시장 장악력을 높여왔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내 조선업계 수익성 확보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등 선제적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년 연속 전세계 발주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 관영매체인 CCTV에서는 지난해 건조량, 신규 수주량, 수주 잔량에서 모두 우위를 보였다고 자국의 조선기업들을 대대적으로 띄웠습니다.
특히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경우 중국 신규 수주량은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 기준 30% 가까이 늘었고,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단일 규모로는 세계 최대 조선소도 중국이 보유 중입니다.
주력은 벙커, 컨테이너, 탱커, LPGC 등 다양한 선박 건조 능력을 가지는 등 최근엔 LNG운반선시장에서도 우리나라와 격차를 빠르게 좁혀가는 모습입니다. 이는 글로벌 조선업계 친환경, 탄소중립 열풍에 힘입은 결과입니다.
중국은 건조가 비교적 수월한 컨테이너선에서 강세를 보였지만, 최근엔 전략을 바꾼 것으로 보입니다. 고부가가치 선박시장에 점유율을 키워가며,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면서입니다.
우선 건조 능력면에선 중국으로 무게추가 쏠립니다. 과거 중국 정부는 중국선박총공사를 중국선박중공집단(CSIC)과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로 분리해 서로 간의 경쟁을 유도했습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생산성 확대입니다.
결과적으로 두 업체는 중국의 전체 수주잔고 중 약 40%를 쓸어 담는 저력을 발휘했습니다. 또한 중국은 글로벌 무대에서 2021년 50%에 달하는 선박을 수주하며, 한국과 일본을 제치고 왕좌에 올랐습니다.
컨테이너선, 벌크선, 화학유조선, 다목적선 수주 등 다양한 선종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 어느한쪽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평가입니다. 하지만 조선산업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중국도 전략 재정비에 나섰습니다.
자국 내 유일하게 LNG운반선 건조 능력을 갖고 있던 후둥중화조선 그룹은 2035년까지 LNG선박 연구 강화에 집중한다는 구상입니다.
앞서 이 기업은 기술력에 헛점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실제 2018년 후둥중화조선이 제작한 LNG운반선 ‘글래드스톤호’는 항해 중 엔진 고장으로 해상에서 견인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습니다.
당시 LNG선의 엔진결함 문제가 끊임없이 지적되면서 중국은 건조부문에 있어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해당 사건으로 중국의 기술력 부족이 대외적으로 드러나면서 자국 조선사들은 LNG 운반선 수주에 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국내 업계에서는 관련 분야에 대해선 여전히 중국과의 기술적 격차가 상당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 LNG운반선 시장에 점유율 상승도 반사이익을 누린 일시적 현상으로 분석합니다.
우리나라의 각 조선사별 도크물량이 가득찬 상태가 되다보니 중국은 이 부분을 공략해 이득을 본 셈입니다.
하지만 수주 호황세 속에 국내 조선업계 일선 현장에선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으며, 기술·경쟁력 강화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이 됐습니다. 반면 중국은 후발주자임에도 기술적 완성도·가격 등을 앞세워 세계 무대를 재패한다는 속내입니다.
올해도 국내 조선 3사를 중심으로 수주는 꾸준하지만, 앞으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한 때 중국 국영기업들이 주로 자국 조선소에 발주 물량을 맡겼었다면, 현재는 글로벌 선사들까지 기술력 성장에 상당한 관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친환경 선박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LNG운반선은 고도의 복잡한 건조 기술을 요구합니다. 중국의 노력은 완성도가 뛰어난 선박 건조란 결실로 이어졌습니다. 지난달 산업연구원은 보고서를 내고 이를 크게 우려했습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업계가 대규모 수주에 잇달아 성공하면서 업황이 본격적인 회복기 접어들었다”면서도 “중국 조선사의 LNG운반선시장 진출이 확대되는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도 양국 간 경쟁이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 “환경규제 강화로 노후 선박 교체에 따른 친환경 선박 발주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환경 기자재 및 개조(Retrofit) 등의 시장 확대,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발주 규모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등 중국 공세에 밀려 1위 탈환이 어려울 것이란 시각도 있습니다. 또 중국 조선사들이 값싼 노동력을 앞세워 저가 수주로 밀어붙일 경우 국내 업계가 타격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중론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수주량에선 밀려도 질적으로 ‘알짜배기’ 수주가 이어지고 있으며, 국내 3사의 수주잔고도 넉넉하기에 기존 조선업 암흑기에 펼쳐졌던 저가 수주 경쟁이 재현될 가능성은 현저히 낮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못따라온다"…K조선의 미래 '메탄올 추진선'
국내 조선사들이 '메탄올 추진선' 수주 계약을 연달아 체결하며 차세대 먹거리인 친환경 선박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차별화된 고부가·친환경 선박 수요 증가로 국내 조선사들의 수익성 개선이 기대됩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최근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과 HJ중공업은 HMM과 각각 9000TEU급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두 회사의 수주 계약 규모는 각각 1조1089억원(7척), 3167억원(2척)으로 총 1조 4200억원에 달합니다.
전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따르기 위해 해운사들은 일찌감치 LNG(액화천연가스)·메탄올 등을 원료로 하는 친환경 선박을 발주하고 있습니다. 통상 선박 주문부터 인도까지 최소 2년이 소요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친환경 선박 현황을 보면 LNG(92%)가 가장 많습니다. HMM이 발주한 메탄올 추진 선박 비중은 5%에 불과하며 LPG 추진 선박(3%)이 그 뒤를 따랐습니다. 다만 메탄올의 경우 LNG보다 탄소 배출량이 적어 미래 선박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실제 메탄올은 상온과 일반적인 대기압에서 보관이나 운반이 용이하다는 점에서 LNG 선반 연료와 차별성이 있습니다. LNG의 경우 선박 연료로 사용하려면 영하 162도의 냉각 상태에서 기체를 액체로 만들어 이송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기존 선박유 대비 황산화물은 99%, 질소산화물은 80%, 온실가스는 25%까지 감축하는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적다는 강점에 선사들의 관심이 높습니다. 또 바다에 배출되더라도 물에 빠르게 녹아 해양 오염과 거리가 멉니다.
무엇보다 친환경 원료 선박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는 탄소배출 부담금 때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국제 해운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50%에서 100%로 조정하고 탄소 배출량에 따라 부담금을 납부하는 규제를 도입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해양수산부는 지난 14일 열린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에서 2030년까지 유럽·미주지역을 운항하는 외항선박의 60%를 우선적으로 친환경 선박으로 전환한다는 계획이 담긴 '국제 해운 탈탄소화 추진전략'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결국 전 세계적인 친환경 연료 선박 전환 흐름은 국내 조선사에 호재입니다. 국내 조선사가 중국 조선사의 저가 수주 공세로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는 가운데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서입니다.
실제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선박 발주량이 가장 많았던 나라는 중국(112만CGT, 40척)으로 한국(64만CGT, 33%)을 앞질렀지만, 친환경 선박에서 강세를 보인 것은 한국이었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LNG선박 등 고부가·친환경 선박 분야 수주 점유율 1위를 차지했습니다.
특히 친환경 선박 중에서도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서 가장 많은 선박을 수주한 곳은 한국조선해양입니다. 한국조선해양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54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수주했습니다. 전 세계 메탄올 추진선 주문량(99척) 가운데 절반 이상을 따낸 것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해운사들이 친환경 선박 전환에 나서자 조선업계도 이에 발빠르게 대응해 친환경·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을 선점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