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진흥공사, 카타르 LNG선 ‘2차 잭팟’도 이끈다
이르면 올해 안에 최대 40여 척의 LNG선이 발주될 ‘카타르 2차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국내 선사들이 참여해 다시 한 번 쾌거를 이룰 지 주목되면서 지난해 진행됐던 1차 카타르 LNG운송선사 프로젝트의 성공 요인에 관심이 쏠립니다.
18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 등에 따르면 지난해 이뤄진 카타르 LNG 운반선 투자 건은 코리아그린LNG컨소시엄을 결성한 에이치라인해운 팬오션 SK해운 등 선사 3곳이 카타르가스(Qatar Gas)와 체결한 15년 기간의 LNG 장기 운송 계약입니다. 이는 국내 역사상 최대 규모 선박금융 계약입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각각 10척, 5척의 선박을 신조하며 신조 선가는 척당 2억1400만 달러(약 2800억 원)입니다. 국적선사는 LNG선 15척을 장기 임대해 6조 원(46억 달러)에 이르는 대선료 수익을 얻고 선박 신조를 맡은 국내 조선소는 총 4조3000억 원(32억1000만 달러)의 매출을 거둘 것으로 전망됩니다. 또 고용유발계수를 고려하면 약 2만8000개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기대됩니다.
앞서 LNG운반선 건조분야에서 국내 3대 조선소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었지만 해운업계는 ‘남의 집 잔치’에 불과했습니다. 국내 선사들은 외국 선사에 비해 금융조달이 어렵고 보유 선박 수에서도 뒤처져 진입장벽이 높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1차 카타르 수주 성공신화는 선사와 해진공, 정책금융기관 등이 ‘원팀’처럼 움직이며 수년간 만반의 준비를 했기에 가능했다는 후문입니다.
국내 선사들은 해외 주요 화주와의 긴밀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LNG선 장기대선 계약을 체결하고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습니다. 참여 선사의 총 선대는 238척으로 선대규모, 운송경험 측면에서 모두 국제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상호 보증을 통해 계약 안정성도 대폭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해진공과 정책금융기관들은 2019년부터 프로젝트 수주 지원을 위해 선사들과 함께 준비했습니다. 2019년 10월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카타르 정부와의 고위급 회담에 공동 참여해 ‘K-컨소시엄’의 참여 의지와 안정적인 금융구조 등을 선제적으로 제안해 카타르 당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반응과 신뢰를 얻었습니다.
규모만큼 선박금융기간 역시 오래 걸렸습니다. 해운사가 보유한 선박에 대한 리파이낸싱(자금 재조달) 딜은 협상에서 계약까지 통상 3개월이 걸립니다. 하지만 이 건은 2022년 말까지 진행돼 16배인 약 4년이 소요됐습니다.
해진공이 주도한 후순위 금융 조건은 일반 정책기관이나 금융기관이라면 수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례적으로 높은 담보인정비율(LTV) 등 차주에게 유리한 금융조건으로 대주단 간 일부 불협화음이 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국내 선사가 자기자금 부담을 경감해 대규모 수주가 가능하도록 한 것도 주효했다고 평가됩니다.
과정 내내 순조로웠던 것만은 아닙니다. 국내 정책금융기관조차 국내 선사의 카타르 LNG운송선 낙찰에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고, 2019년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수요 감소 등의 여파로 일정이 수차례 연기됐습니다. 더군다나 카타르 측이 시장 불확실성을 우려해 참여선사들에 선박이 인도된 이후 최대 2년간 카타르의 용선 보류 옵션을 요구하는 등 선사 입장에서 불리한 조건을 제시하자 참여선사 중 일부는 급기야 최종 불참을 선언하고 컨소시엄을 탈퇴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어려움을 뚫고 이뤄낸 수주는 최근 세계적 선박금융 전문지인 마린머니(Marine Money)로부터 ‘2022년 올해의 딜(Deal of the Year)’로 선정되는 영예를 안았습니다. 해진공 관계자는 “해진공 출범 이후 지난 4년간 국내 선복량이 24% 증가한 9923만 t을 달성하며 전 세계 지배선대 5위에서 4위 국가로 올라섰다”며 “지난해 카타르가스 수주는 국내 해운업계의 새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되는 만큼 2차 카타르 프로젝트에서 우리나라가 또 한 번 해운강국의 면모를 보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기싸움 끝 후판값 타결…철강·조선, 한 발씩 양보
철강업계와 조선업계가 올 상반기 선박에 사용하는 '두께 6㎜ 이상 철판'(후판) 가격 인상을 마무리 지었습니다. 하지만 양측 모두 원하는 요구를 모두 담아내지 못했다는 반응을 보이며 불만을 내비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는 원자재·전기료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상반기 후판 가격 인상 폭이 예상보다 낮다는 입장입니다. 조선업계는 향후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임단협을 앞둔 상황에서 후판 가격 인상도 부담이기 때문입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조선업계와 철강업계는 올해 상반기 후판 가격을 두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선박 건조에 들어가는 비용 중 4분의 1 정도가 후판 비용으로 알려져 양측 모두 가격 인상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조선업계는 1톤당 110만~120만원에 거래되는 후판 가격이 비싸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2020년에는 1톤당 60만원 수준에 공급되던 후판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이에 조선업계는 80만원 수준의 후판 가격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철강업계는 지난해 연말 1톤당 80달러 수준에 거래됐던 철광석 가격이 올해 들어 100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및 전기료 인상 등으로 생산비용이 늘어났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전기료는 1분기에 이어 올 2분기에 또 올랐습니다. 철강업계는 전기료가 1Kw당 1원 오를 경우 제품 생산 비용이 100억원 증가하기 때문에 전기료 인상은 제품 가격 상승분을 반영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철강업계는 100만원 이상을 요구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상반기 후판 가격 협상은 3~4월에 마무리되는데 협상이 길어지자 포스코와 HD현대중공업이 한 발씩 양보해 1톤당 90만원 대에서 협상을 마무리 지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제철은 막판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진통 끝에 후판 가격 협상을 마무리했지만 각 업계들의 불만은 여전한 상황입니다.
철강업계는 지난해 하반기의 경우 철광석 가격 하락세를 고려해 후판 가격 인하를 결정한 뒤 적지 않은 손실을 봤습니다. 이 때문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과 전기료 인상에 따른 제품 생산비용 증가분 및 증가 예상분을 반영하지 못했다는 입장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이 올랐을 때 후판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제품 생산에 따른 손해가 커진다"라며 "현재의 원자재 가격을 기준으로 협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격 등락을 예상하고 협상을 진행한다"고 전했습니다.
반면 조선업계는 후판 가격 인상으로 인해 수익성이 낮아졌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2020년 수주한 선박은 1톤당 60만원의 후판 가격을 적용해 계약을 끝냈는데 건조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2023년에 1톤당 90만원 이상 후판 가격이 오르면 배를 만들어도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임단협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도 조선업계의 부담입니다. 꾸준히 늘어나는 수주물량으로 인해 올해 조선업계 노사 간 임단협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후판 가격으로 인한 수익성 하락까지 이중고가 발생한 셈입니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은 매년 이뤄지는 만큼 한쪽의 유불리보다 양측이 공생할 수 있는 방안으로 타결되는 흐름을 보인다"며 "수익성이 떨어지더라도 대승적 합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 MR탱커 2척 수주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8일 아프리카 소재 선사로부터 석유제품선(PC, Product Carrier) 2척을 수주했다고 19일 공시했습니다.
계약금액은 1173억원(미화 약8758만달러)이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해 오는 2026년 7월 31일까지 인도할 예정입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척당 선박가격이 4379만달러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이들 선박은 MR(Medium Range) 탱커로 현대미포 울산조선소가 아닌 베트남 현지법인 HVS(Hyundai Vietnam Shipbuilding)에서 건조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달 현대미포가 수주한 MR탱커 중 울산조선소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가격은 4641만달러로 HVS(4357만달러)에서 건조되는 선박보다 300만달러 가까이 높았습니다.
HVS는 중국보다 한국 조선사를 선호하지만 선가에 부담을 느끼는 선주사들로부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대미포는 HVS에서 건조되는 선박의 품질과 기술력을 보증함으로써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를 포함해 HD현대중공업, 현대미포, 현대삼호중공업을 계열사로 두고 있는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99억7000만달러 규모의 선박 79척을 수주하며 연간 100억달러 수주를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연간 수주목표(157억4000만달러)의 63.3% 수준입니다.
선종별로는 PC선이 25척으로 가장 많았으며 컨테이너선(19척), LNG선(16척), LPG선(14척), 중형가스선(2척)이 뒤를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