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 뒤엎은 LNG선, 하반기도 수주 ‘순풍’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의 글로벌 수요 증가로 올 하반기 국내 조선 업계에 장밋빛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LNG선 발주량 예상치는 총 89척으로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습니다. 특히 선가는 지난해보다 강세입니다. 최근 LNG선 선가는 4주 연속 상승해 사상 최고가인 2억5800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같은 배경은 유럽이 파이프라인을 활용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 재개를 금지할 수 있으며, 주요 7개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대한 첫 공동 제재에 나설 수 있다는 점 등이 꼽힙니다. 삼성증권 한영수 연구원은 “최근의 LNG선 발주 증가는 구조적인 변화로, LNG선의 수요가 꾸준한 가운데 여전히 이를 건조할 수 있는 조선사들은 소수에 불과한 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한국 업체들은 올해 현재까지 발주된 LNG선의 92.0%를 수주했습니다. 이는 인도 가능 슬롯만 있다면 여전히 글로벌 선주들은 한국 조선사를 선호한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들어 총 76척(97억9000만 달러 규모)을 수주, 연간 수주 목표 157억4000만 달러의 62.2%를 달성했습니다. 이중 LNG운반선은 16척으로 PC선(22척), 컨테이너선(19척)에 이어 세 번째로 많습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총 5척( 25억 달러)을 수주한 가운데 올해 목표치 95억 달러의 26%를 달성했습니다. 이중 LNG운반선 4척, FLNG 1척으로 올해 수주한 선박 전량이 LNG선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올해 총 5척(10억6000만 달러)을 수주해 목표 69억8000만 달러 대비 약 15.2%에 도달했습니다. 현재 LNG운반선이 4척, 창정비가 1척입니다.
LNG선 인도가 본격화되면서 조선사들의 실적도 급격히 개선될 것으로 보입니다. 글로벌 대형 LNG선 인도량은 2022년 27척에서, 올해 45척으로 증가했습니다.
업계는 LNG선 시황에 대한 연초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예상을 뒤엎은 수주량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 LNG운반선이 지난해 워낙 많이 발주돼 올해는 주춤할 것이라는 견해가 많았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에선 LNG운반선 수요가 계속 우상향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타르 프로젝트, 모잠비크 프로젝트 등의 발주가 예상돼 하반기도 LNG운반선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세계 각국의 에너지 다변화 정책 기조와 함께 LNG 수요가 계속해서 늘어남에 따라 LNG운반선 발주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LNG해운의 인수 후보자에 ‘옛 주인’ HMM 급부상
국적 해운사인 HMM이 현대LNG해운 인수전 참여를 시사하면서 인수ㆍ합병(M&A)에 대한 새판짜기가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인수에 관심 없다는 입장을 반복해온 HMM이 인수전에 뛰어든 점으로는 해외매각에 대한 여론에 부담을 느낀 정부의 입김이 반영됐다는 견해가 나옵니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HMM은 현대LNG해운 본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매각 측에 전달했습니다. 매각 측은 이달 말로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을 다음달 초로 연기하기로 했습니다. 현대LNG해운의 대주주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입니다. 이들은 지난 3월 예비입찰을 시작으로 매각 절차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진행된 본입찰엔 국내 기업은 불참하고 외국계 선사들만 참여했습니다.
최근까지 매각 의사를 밝힌 국내 기업이 없어 영국과 그리스 등 외국계 선사 간의 경쟁으로 좁혀진 상태였습니다.
현대LNG해운의 전신은 HMM의 LNG선 전용 사업부입니다. IMM컨소시엄은 지난 2014년 현대상선(현 HMM)의 LNG전용선 사업부를 1조300억 원에 인수하는 형태로 현대LNG해운을 품에 안았습니다. 당시 안고 있던 5000억 원대 부채를 고려하면 실제로 투입된 금액은 4000억 원대로 알려졌습니다.
당시 현대상선은 LNG전용선 사업부를 떼어 팔며 2030년까지 LNG운송업에 진출하지 않겠다는 ‘경업(경쟁업종)금지’ 조약을 맺은 바 있습니다. 다만 HMM은 현대LNG해운 인수를 통해서는 LNG운반선 사업 진출이 가능합니다.
해운업계는 현대LNG해운의 해외 매각 추진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해운·항만·물류 관련 54개 단체가 가입한 한국해양산업총연합회(한해총)는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현대LNG해운은 한국가스공사가 국내에 도입하는 LNG 물량을 주로 수송하는 전략물자 수송 선사”라며 “이러한 선사가 해외에 매각된다면 앞으로 원유, LNG 등 주요 전략물자 수송은 해외 선사에 의존해야 한다”고 우려했습니다.
국내 최대 액화천연가스(LNG) 운송 사업자인 현대LNG해운이 해외로 넘어가게 되면 경제·안보적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매각 저지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을 지속 촉구해왔습니다.
현대LNG해운이 국내에 들여오는 LNG 물량은 연간 500만~550만 톤 규모로, 지난해 전체 도입량(4639만5000톤)의 10%가 넘습니다. 또 한국가스공사를 최대 고객사로 두고 가장 많은 국내 도입 물량을 맡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HMM의 인수전 참여가 전략물자 운송 주권 지키기 위한 해운 당국의 입장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배경입니다.
다만 현재 추진 중인 HMM 매각 작업이 변수입니다.
HMM의 대주주인 한국산업은행(지분율 20.69%)과 한국해양진흥공사(지분율 19.96%)는 4월 삼성증권을 매각주관사로 선정하고 매각절차 논의를 시작한 상태입니다
HMM의 매각이 공식화됐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몸값이 예상돼 인수 의사를 내비친 기업이 없습니다. HMM의 시가총액은 종가기준 약 9조6000억 수준으로 대주주의 지분가치만 3조9000억 원에 이릅니다. 막대한 인수대금을 지급할 여력을 가진 기업이 국내에서는 많지 않다는 게 우려입니다.
이 가운데 현대LNG해운을 인수하게 된다면 HMM 매각 작업이 더욱 복잡해질 수 있습니다.
반면 현대LNG해운 인수를 위한 HMM의 유동성은 충분하다는 평가입니다. 현대LNG해운의 몸값은 7000억 원 수준으로 예상됩니다. 지난해 말 기준 HMM의 현금성자산은 4조9802억 원 수준입니다. 단기금융상품(6조9565억 원) 등을 합산하면 10조 원 이상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 암모니아선박 AIP 획득
현대중공업그룹이 한국선급으로부터 그린암모니아 추진 운반선·벙커링선 2종에 대한 기본승인(AIP, Approval In Principle)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지난 5월 롯데정밀화학, 포스코, HMM, 롯데글로벌로지스, 한국선급과 그린암모니아 해상운송 및 벙커링 컨소시엄 업무협약(MOU) 체결한 바 있으며, 이번 AIP 인증은 컨소시엄의 첫 성과로서 의미가 깊습니다.
컨소시엄 MOU 체결 당시, 6개사는 △그린암모니아 국내 도입 △암모니아 추진 운반선/벙커링선 개발 △암모니아 벙커링 인프라 구축 △벙커링 설비/암모니아추진 운반선 인증을 위한 협력을 추진하는 데 합의했습니다.
이후 한국조선해양은 현재 국내 항만에 접안 가능한 최대 크기인 6만cbm급 암모니아 운반선을 현대중공업과 개발했습니다.
또한 암모니아 연료를 선박에 직접 공급하는 벙커링 기능이 있는 3만 8,000-cbm급 암모니아 벙커링 겸용 운반선을 현대미포조선과 개발해 세계에서 처음으로 인증을 받았습니다.
이 선박들은 화물로 운송하는 그린 암모니아를 연료로 사용해서 항해 중에 발생하는 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선박으로 개발됐습니다. 선박들은 향후 롯데정밀화학에 의해 암모니아 운반과 벙커링 사업에 투입될 계획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에 따르면, 해운사들은 2050년까지 해상운송 선박들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50%로 감축해야 합니다. 암모니아는 수소와 같이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 무탄소 연료이면서 수소에 비해서 보관과 공급이 용이해 비료 산업 등의 목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올해 그룹의 수소에너지 밸류체인 구축을 선언하고, 지난해 7월에는 영국 로이드 선급으로부터 암모니아 추진선에 대한 기본인증서를 획득하는 등 친환경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