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황기 맞은 조선업 ‘채용문’ 활짝···인력확보에 ‘사운’ 걸었다
대우조선해양이 한화오션으로 새출발 하자마자 대규모 채용을 알리면서 본격적인 인력확보 전쟁에 불씨를 붙였습니다. 삼성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역시 연초부터 잇달아 채용을 진행하고 있어 조선 3사가 수주경쟁에 앞서 인력확보전의 성패에 따라 명암이 엇갈릴 수 있다는 관측에 제기됩니다.
15일 조선업계 등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 12일 출범후 처음으로 대규모 채용에 돌입한다고 알렸습니다.
한화오션은 이번 대규모 채용을 통해 그간 인력 이탈이 많았던 생산과 설계 분야를 중점적으로 충원하고 영업·사업관리, 구매·물류, 재경·재무, 법무 등 경영 지원 분야에서도 인재를 뽑기로 했습니다. 특히 이번 채용은 연말까지 상시 진행합니다.
업계에서는 한화오션 출범 전 대리, 과장급 설계 인력 상당수가 경쟁사로 이직한 만큼 업계 최고 대우를 보장하며 설계·연구직 인력 확보에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또 기존 인력 유출 방지에도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방침을 내놨습니다.
이들은 연·월차, 약정 휴일·휴가, 휴일 중복수당을 기본급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사무·관리직 임금 체계 개편을 추진해 우수 인력 이탈을 막는다는 구상입니다.
앞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지난 7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해양방위산업전(MADEX2023)에 방문해 “한화오션을 한화그룹에서 가지고 왔기 때문에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게 많은 투자와 중장기적인 전략을 잘 수립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특히 김 부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 상당한 투자를 약속한 만큼 핵심 인력 확보를 위해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이번 채용은 규모나 분야 등의 제한 없이 현재 필요한 인력 및 미래 성장동력을 위한 인력 등 다양한 부문에서 채용할 예정”이라면서 “기존의 조선 분야 인력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방면의 인력까지도 확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삼성중공업도 같은날 부산시와 ‘부산 R&D 센터(가칭)’ 설립에 관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 고급인력 확보 전쟁에 뛰어들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오는 11월까지 부산 시내에 1700㎡ 규모의 R&D 거점을 구축하기로 했습니다.
이곳에서는 해양플랜트 사업의 설계·엔지니어링 기능을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되며 지난 13일부터 선체설비(Hull Side) 구조·의장·전장·기기 설계분야 전문인력 채용을 시작해 2024년까지 협력사를 포함해 200명 이상이 근무하게 됩니다.
이와 함께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를 중심으로 지난해 200여명에 이어 올해도 170여명 채용에 나서는 등 규모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를 기반으로 신설하는 부산 R&D 센터와 판교R&D 센터, 대덕연구센터의 유기적 협업 체계를 구축해 경쟁력 확보에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우선 설계·엔지니어링 인력을 중심으로 채용에 나서고 있다”면서 “부산이라는 지역적 특징을 반영해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일찌감치 정기선 HD현대 사장의 ‘인재 영입’ 특명에 따라 신사업 분야의 인재를 공격적으로 영입하고 있습니다.
당초 정 사장은 향후 R&D 분야의 인력만 5000여명 이상 더 모으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최근 신설된 EP(친환경추진·Eco Propulsion) 사업부와 함께 자율운행 분야 스타트업 인재 영입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이에 맞춰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1월과 3월 대졸 신입공채를 진행해 800여명의 인재를 확보했습니다.
또 이번달에는 조선뿐만 아니라 건설기계, 에너지, 로봇 등 전 계열사 경력 체용을 진행해 기술 R&D 분야, 엔지니어링 등 미래 시장을 책임질 전문 기술 인재 양성에 나서고 전 계열사를 대상으로 이달 말까지 설계·ICT·생산관리·영업·경영지원 등 대학생 하반기 ‘채용 연계형 인턴’을 100여명 이상 선발하기로 했습니다.
더욱이 이번에 선발되는 인턴은 9월부터 16주간 근무 후 평가 결과에 따라 정식 직원으로 근무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조선업계 인력확보 경쟁은 인근 해운업도 마찬가지입니다.
해운업 역시 인력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해운사들의 인재 육성 및 인력 확보 프로그램으로 가동하고 있습니다. 통계청이 집계한 2021년 기준 재직 중인 선원수는 3만2510명으로 2018년 3만4123명과 비교해 4.73%(1613명) 감소했습니다.
이에 현대글로비스는 지난 13일 해운사업 맞춤형 인재 발굴 및 미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학 장학제도를 신설했습니다. 이들은 한국해양대학교와 목포해양대학교 4학년 재학생 중 매년 각 6명씩 총 12명을 선발해 등록금과 함께 연 2회 학습지원을 별도로 지원합니다.
선발된 장학생은 졸업 후 현대글로비스 채용 전형에 지원 시 가산점을 주기로 했습니다.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장학제도를 통해 국내 해양 전문 교육기관의 인재 양성에 도움이 되고 더불어 해운업계에 우수인력 유입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이 일어나길 바란다”고 전했습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도 지속적으로 인력 부족에 시달려 왔고, 반도체 등 타 업종으로 대거 인력이 이동하면서 부족현상을 겪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급여 등에서 차이가 발생했고 육지에서 근무를 한다는 점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조선업계 등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업계는 이들이 한국에 빨리 안착해 생산효율을 내는 것이 새로운 인력수급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현재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3곳에 근무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5100여명 수준입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에 따르면 조선 3사의 지난해 6월 기준 외국인 근로자수는 3312명이었습니다. 하지만 1년 사이에 1800명 안팎으로 늘었습니다.
이에 조선사들 역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특별 관리에 나서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외국인 근로자들이 도착할 때부터 공항으로 마중나와 이들을 숙소나 사업장으로 인도합니다.
삼성중공업은 협력사와 합심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정착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7월 업계 최초로 사내에 ‘외국인 지원센터’를 설립해 외국인 근로자들의 불편함을 줄이는데 앞장서고 있습니다.
이처럼 조선 3사와 대형 해운사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채용이 진행되면서 관련 업계 전체가 긴장하고 있습니다.
한 중견조선사 관계자는 “조선 3사가 채용에 나설 경우 중견조선사들 역시 인력 이탈이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서 “현장 인력도 외국인 근로자가 충원돼 한숨은 돌렸지만 내국인 근로자 확충이 필요한 만큼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또 “업계가 대규모 채용이 일어나면 업계 내에서도 인력이 피라미드 구조처럼 이동하게 된다”면서 “최근 신규채용을 마무리하고 경력직 채용에도 나서고 있지만 인력 확보에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조선업계와 해운업계 등 대규모 인력이탈이 발생한 업종들은 기존 종사자만으로는 인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어서 반도체 등 대거 인력이 빠져나간 타 업종으로부터 다시 인력을 수급할 수 있을 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 인력 수요가 줄어들고 있고 해당 분야의 지역 노동자가 이탈하고 있어 새로운 일자리를 찾아 조선업계로 유입되는 것을 기대해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조선업계가 최근 근로환경개선 등을 통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급여 등의 부문에서 타 업종 수준을 제공할 수 있을 지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