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발 1조원 규모 컨테이너선 발주 시동… 양안 갈등에 한국조선소 수주 '물망'
대만 해운사들이 최대 20척 규모의 메탄올 동력 피더 컨테이너선을 발주합니다. 대만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국보다는 한국 조선소업체들이 수주 경쟁에서 한발 앞서 있다는 평가입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대만 에버그린과 양밍해운은 1500~3000TEU급 메탄올 이중 연료 추진 컨테이너선을 발주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자국 조선소를 포함해 한국과 중국 업체들을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발주 규모는 최소 10척에서 최대 20척입니다. 노르웨이 선주인 MPC 컨테이너선(MPCC)사가 동급 컨테이너선을 1척당 3900만 달러(약 500억원)에 주문한 것을 바탕으로 계약 규모는 10척 발주시 4억 달러(약 5141억원), 20척 발주시 8억 달러(약 1조원)로 추정됩니다.
선박은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 맞춰 메탄올 동력선으로 발주합니다. 신조선은 발트해 또는 대서양과 같이 환경적으로 까다로운 지역 항로에 배치될 수 있습니다.
20척 달하는 수주전은 대만 조선소가 일감 확보를 노립니다. 대만 타이완쉬핑은 지난해 9월 양밍해운이 발주한 1만5500TEU급 이중연료선박 5척 발주에 대한 국제입찰에서 실패한뒤 이번 20척의 수주계약을 성사 시키기 위해 집중하고 있습니다. 대만 선박은 초대형 선박 보다 피더선 분야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주전의 경쟁 조선소로는 한국 조선소가 언급되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소는 대만 선사와의 맺은 수주 인연과 메탄올 동력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이 있어 수주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2021년 머스크로부터 2조3000억원 규모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건조 일감을 확보했습니다.
또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는 지난해 머스크와도 1만6000TEU급 신조선 최대 12척의 건조를 협의했습니다.
한국 조선소는 대만 선사와의 수주 이력도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대만 양밍해운으로부터 1만5500TEU급 액화천연가스(LNG) 추진 컨테이너선을 수주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최근 에버그린의 컨테이너 발주사업의 최종 후보군에 올랐습니다.
다만 이번 수주전에서 중국 조선소는 계약 성사 가능성이 낮습니다.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심화될수록 대만 선사들이 중국 조선소를 기피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글로벌 선사들은 IMO의 환경 규제에 따라 메탄올 동력 컨테이너선 발주를 준비중입니다. 최근 머스크, CMA CGM, 에버그린쉬핑이 메탄올 동력 초대형 컨테이너선 수주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 총 37척의 신규 컨테이너선이 발주됐으며 이 중 21척이 메탄올 동력선으로 집계되고 있습니다.
메탄올은 높은 압력과 극저온이 요구되는 액화천연가스(LNG)와는 달리 상온과 일반적인 대기압에서도 저장·이송이 쉽습니다. 연료 공급(벙커링)도 항만 기존 연료설비를 간단히 개조해 활용할 수 있어 초기 인프라를 구축하는 비용이 적습니다. 또 해양에 배출됐을 경우에도 물에 빠르게 녹고 생분해돼 해양오염을 일으키지 않아 LNG에 이어 대체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리스 큰 손' 중국으로 발길 돌려.. 한국은 '고사양' 선별 수주
중국 조선소가 글로벌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중국 조선업계가 한국보다 최대 320억원 낮은 가격을 제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최근 그리스 선사들이 한국 조선소보다 중국 조선소를 찾고 있는 주요 배경입니다.
중국의 수주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선가가 주요했습니다. 여기에 100척 가까운 선박 건조경험을 갖춘 건조 기술력에서 한국을 많이 따라왔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한국 조선소는 올해 들어 선별수주를 통해 '고(高)사양' 선박 중심 계약에 나서며 선가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습니다.
16일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그리스 선사인 다이나콤탱커스(Dynacom Tankers Management)와 캐피탈마리타임(Capital Maritime & Trading)은 각각 4척의 VLCC 발주를 위해 중국 조선업계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이나콤탱커스는 중국 뉴타임즈조선(New Times Shipbuilding)에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선박을 발주할 예정이며 캐피탈마리타임은 다롄조선(Dalian Shipbuilding Industry Co)과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의 선박 건조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선가는 다이나콤탱커스가 약 1억1500만달러를, 캐피탈마리타임이 1억2500만~1억3000만달러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32만DWT급 VLCC의 최근 시장가격은 1억2600만달러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서도 유조선 시황이 호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선박가격은 지난해말 대비 600만달러 올랐습니다.
하지만 중국 조선업계는 시장가격 대비 낮은 수준의 선가를 제시하며 그리스 선사들의 발주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의 VLCC에 대해 중국은 1억1500만달러를 제시하는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1억2500만달러는 돼야 계약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이중연료 추진 방식 선박의 경우 한국과 중국의 선가 차이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같은 추진 방식의 선박을 건조하기 위해 선가는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보다 1000만~1500만달러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롄조선이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 VLCC의 선가를 1억2500만~1억3000만달러로 제시한 것도 이를 반영했습니다.
한국 조선업계는 이중연료 추진 VLCC의 선가로 1억5000만달러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중국 조선업계와는 최대 2500만달러(한화 약 320억원)의 차이가 발생하며 캐피탈마리타임이 4척을 발주할 경우 총 계약금액의 차이는 1억달러(1274억원)에 달합니다. 저가수주로 시장을 넓혀왔지만 중국 조선업계에서도 다수의 선박건조 경험을 갖춘 조선소가 있다는 점도 이전과는 달라진 상황입니다.
다롄조선은 설립 이후 현재까지 90척이 넘는 VLCC를 인도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LNG 이중연료 추진 방식의 31만8000DWT급 '위안 루이 양(Yuan Rui Yang)'호를 자국 선사인 코스코쉬핑에너지(Cosco Shipping Energy)에 인도하기도 했습니다.
업계에선 중국 조선소가 대형 유조선에 대한 건조경험이 풍부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건조 기술력에서도 한국 조선업계와 경쟁할 만한 수준을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 조선업계는 올해 들어 대형 유조선 시장에서 아직까지 VLCC 수주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VLCC보다 작은 수에즈막스급 선박은 삼성중공업, 대한조선이 수주에 성공했지만 수주 척수는 한 자릿수입니다.
클락슨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주까지 전 세계적으로 124척의 유조선이 발주되며 지난해 연간 발주량(115척)을 넘어섰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업계가 대형 컨테이너선과 LNG선으로 향후 3.5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했지만 도크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LNG선보다 작은 유조선을 병렬 배치해 건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LNG선 가격이 VLCC보다 1억달러 이상 높으므로 전략적인 수주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전통적인 연료 추진 방식보다 이중연료 추진 방식 선박에서 한국과 중국의 가격 차이가 더 커 올해부터 선별수주로 돌아선 한국 조선업계의 영업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진다"···조선 '빅3' 인력 경쟁에 ‘중형조선소’ 시름
조선 '빅3(HD현대중공업, 한화오션, 삼성중공업)'가 인재 확보에 적극 나서면서 중형조선소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중형조선소들이 조선 '빅3'에 빼앗긴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자재업체 등 협력업체 직원 채용을 늘리면서 조선 생태계 전반에 걸쳐 인력부족 문제는 심각한 상황입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연말까지 채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생산부터 연구개발, 설계, 영업, 재무, 전략, 인사 등 모든 직무에 걸쳐 상시적으로 인재를 채용합니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 편입 이후 처음으로 실시하는 이번 채용에서 나서고 있습니다. 채용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인력이탈이 많았던 생산과 설계 분야를 중심으로 대규모 채용을 실시한다는 점은 이례적입니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의 이번 채용 방침이 HD현대중공업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은 과거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관리체제 하에서 연봉인상과 승진이 제한적이었습니다. 이에 생산·설계 인력들이 높은 연봉을 제시하는 HD현대중공업으로 다수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중공업도 인력 유치에 나서고 있습니다. 부산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오는 11월까지 부산에 R&D 센터를 설립하기로 했습니다. 판교, 대덕연구센터에 이어 부산 R&D 센터에 선체구조·의장·전장·기기 설계분야 전문인력 채용을 시작해 내년까지 200명 이상이 근무하게 됩니다.
한화그룹이 한화오션을 인수하면서 조선사 간 인재확보 경쟁도 한층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한화그룹의 긍정적인 기업 이미지와 함께 업계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한 만큼 현대중공업에 갔던 인재 중 일부는 다시 한화오션에 복귀할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습니다.
중형조선소들도 만성적인 인력부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인력유출이 가속화되면 선박 납기에 대한 우려까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 중형조선소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인도지연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으나 지금보다 인력이 더 줄어들게 된다면 상황은 점점 더 심각해지게 된다"며 "대형사들은 다른 조선소의 인재를 더 높은 연봉으로 데려올 수 있지만 중형사들은 인재를 확보할 수단이 별로 없다"고 말했습니다.
중형조선소들은 경력직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기술교육원, 직업훈련원 등을 통해 신입 직원을 채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이 조선 빅3로 자리를 옮기고 2~3년 근무한 직원들조차도 경력이 있는 신입으로 자리를 옮기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제 일에 좀 익숙해질 만한 연차의 젊은 직원들이 그동안의 경력을 깎고 대형사 신입으로 지원하고 있는데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더 나은 결정이라는 생각에 따른 것"이라며 "중형조선소들이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면서 외국인 노동자의 비중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 채용에도 한계가 있는 만큼 중형조선소들은 기자재업체나 선박 블록 제조업체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채용을 늘릴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조선 생태계를 지탱하는 협력업체들의 인력난 가중으로 이어지고 있어 인력부족 문제는 앞으로 더욱 불거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