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생존' 삼성중공업의 세가지 힘..
HD현대와 한화그룹, 양대 그룹사로 재편되고 있는 조선시장에서 삼성중공업의 나홀로 행보가 주목됩니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수직계열화 등 그룹사 시너지를 동력으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삼성중공업은 사실상 독자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입니다. 삼성중공업은 그간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과 함께 '조선 빅3'로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은 2010년 이후 수년간 조선업황 불황을 혹독하게 겪고 있습니다.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부도 사태'로 심각한 자금난에 빠졌고 그룹사는 세차례 유상증자를 단행했으며 8년째 적자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최근 2년사이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대규모 발주로 조선업이 호황기에 진입했다는 점입니다. 삼성중공업이 올해 2000억원의 영업이익으로 9년 만의 흑자전환이 전망되는 배경입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함정 등 특수선 분야의 치열한 수주 경쟁을 비롯, 인력 유치 등에서 건건이 맞붙으며 호황을 맞이한 조선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쟁 속에서 삼성중공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입니다. '조선 3강'에서 지금은 현대, 한화 양대 구조의 '2강1중'이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옵니다. 이에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삼성그룹내에서도 조선은 주목도가 낮은데다 요즘 조선업 뉴스도 한화와 현대만 부각되고 있어 상대적인 소외감이 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치열한 조선시장 경쟁 환경 급변 속에서 삼성중공업이 버티고 있는 것은 그간 축적한 독보적 저력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다 해양플랜트 설계·건조 노하우와 친환경 선박 기술 우위로 경쟁력을 쌓아왔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시장은 그간 양대 체제로 재편(인수합병)을 수차례 시도했으나 여러 이유로 좌절됐다"며 "친환경, 에너지 분야에서 K-조선의 경쟁력이 세계 최고라는 점에서 지금의 3사 체제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달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해양기술박람회(OTC 2023)에서 글로벌 오일메이저들은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 모델을 보고 놀라워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의 차세대 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 설비)는 납기 단축과 경제성을 갖춘 전략 모델로 개발한 FLNG 부유체 'MLF-N'입니다. 장해기 삼성중공업 기술개발본부장은 "발주처가 필요한 만큼 화물창 용량을 최대 24만5000㎥까지 손쉽게 늘릴 수 있도록 표준화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지금까지 전세계 발주된 FLNG 5척 중 4척을 수주했습니다. 2017년 세계 최대 규모 FLNG인 쉘 프렐류드(34억달러)를 시작으로 ENI의 두아(2020년), 페트로나스의 코랄 술(2021년)을 성공적으로 인도했습니다. 코랄 술은 총 중량 21만t, 길이 432m 폭 66m로 축구장 4개 크기입니다. 15억달러 규모의 네번째 FLNG를 수주한 게 지난해 12월이며, 현재는 상세 설계 작업 중입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모잠비크, 북미에서 동시에 2기의 FLNG 수주를 협의 중인데, 올해 적어도 FLNG 1건의 추가 수주가 목표"라고 했습니다.
해양플랜트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는 숙련된 인재입니다. 이에 삼성중공업 한 관계자는 "현재 800여명의 숙련된 설계, PM 분야 전문인력을 유지하며 대형조선소로는 유일하게 해양프로젝트를 연속해 건조하고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 R&D 및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거제조선소, 판교R&D센터에 이어 오는 10월 부산에 R&D센터를 새로 설립합니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의 수주 잔량(5월말 기준)은 995만CGT(148척). 야드별 수주잔량 세계 1위입니다. 이 중 LNG 운반선은 85척(59%)에 달합니다. 이같은 LNG 선박·해양플랜트 분야의 높은 시장점유율은 삼성중공업이 확보한 LNG 밸류체인 핵심기술 덕분입니다. LNG 실증설비를 활용, 독자적인 LNG 액화→재액화→연료 공급→재기화 기술을 개발, 상용화한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탄소배출 저감 및 무탄소 연료 전환 기술 개발에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정진택 삼성중공업 대표는 "탄소중립 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제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배터리를 활용한 하이브리드시스템 △선박의 발전기·추진 엔진의 폐열 회수를 활용한 열전발전 시스템 △ 이산화탄소 포집 저장·운송 기술 등이 대표적입니다. 중장기적으로 무탄소 선박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암모니아, 수소 및 용융염원자로(SMR)를 활용한 부유식 원자력 발전설비도 개발 중입니다.
국내 조선업은 주요 기술 및 핵심부품 등의 수직계열화로 그룹 시너지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사실상 독자생존하는 삼성중공업은 그룹 시너지 측면에선 상대적으로 취약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조선 3사중 유일하게 함정 등 특수선 사업이 없습니다.
고가의 해양플랜트가 수주후 건조, 인도까지 전쟁 등 국제 정세, 유가, 에너지 수급 업황에 따라 불확실성,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리스크입니다.
인력 확보도 삼성중공업의 약한 고리입니다. 현재 한화오션, 현대중공업이 대규모 인력 채용에 나서면서 상당한 인력 이동이 예상됩니다.
지난해 삼성중공업에서만 가장 많은 수백여명의 인력이 이탈했습니다. 조선업계가 인력 유출 문제로 HD현대중공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을 주도한 것도 삼성중공업이었습니다. 이에 회사 관계자는 "경쟁사의 인력 빼가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올 상반기에도 170여명을 채용하는 등 인력 규모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모잠비크 가스전 'FLNG 용량 확대'…삼성중공업 수주 '기대감'
이탈리아 에너지회사 에니가 아프리카 첫 심해용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 확장에 나섭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에니는 프랑스 엔지니어링 기업인 테크닙FMC(TechnipFMC)와 모잠비크 북부 해안에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LNG) 해상 생산설비(FLNG) 장치를 늘리기로 하고 실용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에니와 테크닙FMC는 코랄 사우스(Coral South) FLNG 시설과 관련, 해저 라이저와 플로우라인 시스템, 엄빌리칼 및 해저 장비 설치에 대한 설계·구매·제작·설치·시운전(EPCIC)를 수행합니다.
FLNG 선석 공간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모잠비크에서 FLNG을 확장하는 것입니다. 에니는 로부마 분지 4지역에서 발견된 유전에서 추가 FLNG 유닛을 설치합니다.
이로 인해 모잠비크 제4해상광구에 첫 번째로 배치된 FLNG인 코랄술 건조에 참여한 'TJS 컨소시엄'인 테크닙FM와 JGC 코퍼레이션, 삼성중공업의 수주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FLNG 추가 투입은 작년부터 제기됐습니다. 모잠비크 제4해상광구 가스전 개발 사업권을 보유한 엑손모빌이 추가로 투입할 FLNG 발주를 위해 건조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전 세계 최초로 건설된 코랄술 FLNG는 해상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배 위에서 직접 정제하고 액화해 저장·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입니다. 삼성중공업은 선체 설계에서 시운전까지 전 공정과 톱사이드 생산 설계, 제작을 담당했으며, 오는 2047년까지 매년 LNG 340만t을 생산할 예정입니다.
코랄 가스전은 모잠비크 펨바시 북동 250㎞ 해상에 위치한 제4광구 지역에 있습니다. 가스공사가 지분 10%를 보유하고 있으며, 엑손모빌과 이탈리아 에니, 중국 CNPC의 합작사인 로부마 벤처가 지분 70%를 소유하고 포르투갈 갈프 에네르지아, 모잠비크 ENH가 각각 10%씩 가집니다.
현대미포조선, 캐나다 알고마로부터 메탄올 추진 선박 2척 수주
현대미포조선이 메탄올 추진 탱커 수주에 성공했습니다.
캐나다의 해운회사 알고마센트럴(Algoma Central Corporation, 이하 알고마)이 현대미포조선에 3만7000dwt급 메탄올 연료 추진 탱커 선박 2척을 주문했다고 19일(현지시간) 자사의 홈페이지를 통해 정식 발표했습니다. 계약금액은 1억2700만캐나다달러(약 1240억원)로 2025년 1분기 인도될 예정입니다.
새 선박은 아이스클래스(Ice-Class) 1B 등급의 설계를 바탕으로 메탄올 연료가 사용가능한 친환경 선박입니다. 알고마는 현대미포조선으로부터 선박을 인도받으면 캐나다의 어빙오일(Irving Oil)에 장기용선할 예정입니다. 어빙오일은 이 선박들을 캐나다 대서양과 미국 동부연안의 항구를 오가는 항로에 투입하게 됩니다.
선박을 주문한 알고마는 건화물과 액체벌크선을 소유, 운영하는 글로벌 해상업체로 오대호와 전세계 시장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알고마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 40%까지 감축한다는 목표아래 친환경 선박 보유량을 계속 늘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