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빅3' 수주잔액 150조 육박
우리나라 대형 조선 3사의 일감 규모가 150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도크가 넉넉히 채워진 만큼 수익성 위주의 선별 수주가 본격화되고 있으며, 신조선가 강세 기조와 더불어 환경규제에 따른 선박 해체·교체 발주 사이클 기대감 등으로 업계에서는 긍정적 분위기가 만연합니다.
한국 '빅3' 조선사들의 지난 5월 말 기준 수주잔량은 사별로 ▲HD한국조선해양 442척, 555억 7,800만불(인도 기준, 해양플랜트 제외) ▲삼성중공업 148척, 301억불 ▲한화오션 131척/기, 289억 5,000만불 등과 같습니다.
3사의 조업량은 3년치 이상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조선업계 효자 선종이자 잔여 야드 슬롯(slot)이 가장 타이트한 LNG운반선의 경우, 이달 들어서야 미국 에너지 메이저 Chevron사가 삼성중공업에 2척을 발주하며 첫 2028년 인도분을 확보했다고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도크가 차 있는 상황에도 주문이 몰리며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선박의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Clarksons Research사의 신조선가지수(Newbuilding Price Index)는 5월 170.1포인트를 나타냈는데, 이는 2009년 이후 최고 수준입니다.
역대 최고가 신조선 계약 소식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5월 현대미포조선이 유럽 소재 선사와 컨테이너선 5척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는데, 당시 선가는 척당 6,200만불로 이는 기존 화석연료 추진 피더 선박 건조가(약 2,500만불)의 2.5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2022년 말 2억 5,000만불 선에 머무르던 LNG선 건조가도 올해 약 2억 6,000만불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했습니다. 지난 3월 말, HD한국조선해양은 공시를 통해 자회사 현대삼호중공업의 LNG운반선 2척 수주 소식을 알린 바 있습니다. 오세아니아 소재 선사로부터 수주한 선박의 선가는 척당 2억 5,900만불로, 역대 최고가입니다.
자연스레 3사의 '턴어라운드' 기대감도 커집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지난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삼성중공업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도 올해 2분기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한화오션은 3분기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없이 훈훈한 분위기에도 고질적인 '인력난'은 여전히 조선업계의 시급한 해결과제입니다. 비자제도 개선 등 업계와 당국이 인력 충원을 위한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력난은 좀처럼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인력유출은 막고 우수 인재는 선점하겠다는 일념으로 조선사들은 최근 대규모 채용 진행 및 지인 추천 등 여러 방안을 추진하며 인재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호황에 계약부채 확대…2년새 3배 이상 증가
조선업계가 호황에 힘입어 계약부채를 늘렸습니다. 최근 2년 새 계약부채 규모가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주요 조선사(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의 분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 계약부채는 17조7424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전체 부채 중 43.5%입니다.
계약부채는 기업이 고객에게 받은 대가(또는 지급기일이 된 대가)에 상응해 고객에게 재화나 용역을 이전해야 하는 기업의 의무입니다.
조선업계는 선수금은 적게 받고 인도 시점에 건조 대금 대부분을 받는 '헤비테일' 방식으로 대금 결제를 진행합니다. 조선업계 내에서 계약부채는 발주처로 제품을 인도하기 전에 먼저 받은 금액을 의미합니다.
업계 관계자는 "계정 금액이 커지는 게 확보된 일감이 많아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즉, 향후 계약 이행과 함께 부채가 사라지며 매출로 인식되기 때문에 오히려 부채 규모가 클수록 긍정적입니다.
조선업계는 신규수주를 확대하면서 모두 계약부채가 늘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의 계약부채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습니다. 올해 3월 말 8조8269억 원으로, 전년 말(7조8779억 원) 대비 12.0% 증가했습니다. 신규수주가 저조했던 2020년(2조4334억 원)과 비교하면 3.6배 가량 늘었습니다.
전체 부채 중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9.0%, 2021년 24.7%, 2022년 44.8%, 2023년 3월 말 48.6%로 꾸준히 상승했습니다. 올해는 전체 부채 중 절반 가량을 계약부채가 차지했습니다.
한화오션이 두 번째로 많은 계약부채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의 계약부채는 4조6627억 원으로 전년 말(4조6826억 원) 대비 0.4% 소폭 감소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조3475억 원에서 3년 만에 3.5배 증가했습니다. 이 기간 계약부채 비중도 20.9%에서 39.9%로 19.0%p 상승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전체 부채 중 38.9%를 계약부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규모는 4조2528억 원으로, 전년 말(3조9047억 원) 대비 8.9% 늘었습니다.
다만, 신규수주 확대로 인해 향후 운전자금(기업이 영업활동을 하는 데 필수적인 경영자금, 임금·원자재비 등)은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부담감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업계 특성에 따라 정확한 가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후판 가격이 지난해 말보다 소폭 인상됐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습니다. 후판은 조선업 원가의 20~30%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해상풍력선 10조어치 나온다...한화오션·삼성중공업 함박웃음
올해 해상풍력선 발주가 봇물 터지듯 쏟아질 전망입니다. 이미 선주들은 해상 풍력 발전 단지 조성을 위한 신조선에 많이 투자하고 있지만, 지금보다 더 많은 용량이 필요해 추가 발주가 예상됩니다.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해상풍력의 성장을 토대로 해운 투자가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칼럼 케네디(Calum Kennedy) 애널리스트는 "작년에 28척의 풍력터빈설치선(WTIV)과 24척의 커미셔닝/서비스 운영 선박(C/SOV)이 계약되면서 상당한 해상 풍력 관련 주문을 기록했다"며 "총 계약 금액은 66억 달러(약 8조원)로 전체 해양 신조 투자의 59%를 차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러한 추세는 올해도 계속됩니다. 이미 5대의 풍력터빈설치선(WTIV), 10대의 커미셔닝/서비스 운영 선박(C/SOV), 23대의 승무원 이송 선박(CTV)이 주문됐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최대 연간 78억 달러(약 9조96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도 관측됩니다.
케네디는 "프로젝트 특성을 충족하기 위해 새로운 선박 용량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며 "올해 19개국에서 2030년 말까지 34개국이 수용할 수 있는 풍력터빈설치선(WTIV)이 개발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한국과 중국 그리고 일본의 조선·해운부문 주요 업체들은 풍력터빈설치선(WTIV) 호황에 따라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국내 조선 '빅3' 중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 시절 글로벌 선사 에네티(구 스콜피오 벌커)와 풍력터빈설치선(WTIV) 1+3척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했습니다. 이후 지금까지 에네티로부터 풍력터빈설치선 (WTIV) 2척을 수주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지난 2009년에도 유럽 전기·가스 공급업체인 독일의 알베에그룹 자회사 알베에이(RWEI)로부터 풍력터빈설치선(WTIV) 2척을 수주해 인도한 바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함께 한국석유공사(KNOC)의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 프로젝트 사업 협약을 체결 후 부유식(Floating) 구조물을 제작했습니다.
삼성중공업은 해상풍력에 관한 기술 인증 및 표준화를 이끌고 있는 노르웨이 선급(DNV GL)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대형 해상풍력 부유체(플로터, Floater) 설계를 위한 요소기술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반 해상풍력 원격 유지보수 기술 등을 개발합니다.
국내 중견 해운사도 풍력터빈설치선(WTIV) 수주 경쟁에 합류했습니다. 남성해운은 싱가포르 마르코폴로마린과 한국에서 해상풍력선을 운영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습니다.
중국과 일본도 시장 선점을 위해 해상풍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중국 정부는 오는 2029년 말까지 50기가와트(GW) 규모의 해상풍력을 추가하여, 전체 소비 에너지 중 해상풍력의 비중을 현재 3%에서 10%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입니다.
일본은 NYK Line과 네덜란드 푸그로(Fugro)가 협력해 해상풍력발전 프로젝트 실행을 위한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일본 선사 MOL(Mitsui O.S.K.Lines)은 조직개편을 통해 해상풍력발전 관련 조직을 구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