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새로운 성장 국면 진입
친환경 선박 수요가 향후 수 년 동안 폭발할 것으로 예상되며 중국 리오프닝(reopening) 가속화로 글로벌 조선소의 가동률(utilisation)이 상승세에 접어드는 등, 글로벌 조선업계가 새로운 상승 국면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리스 선박 브로커 Intermodal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1~6월 기간에 총 719척의 신조선이 발주되었다고 집계했습니다. 이 중에서 벌커는 24.2%, 운반선(원유/석유제품)은 23.09%, 컨테이너선은 9.46%, LPG운반선은 5.01%, LNG운반선은 4.31%인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올해 상반기 발주는 사실상 벌커와 탱커가 견인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너지 전환을 둘러싼 미래 연료에 대한 불확실성 및 고공행진을 벌이는 신조선가 등의 영향으로 인해 두 선종의 수주잔량은 여전히 낮은 수치인 것으로파악됩니다.
다만, 전체 선종을 망라한 수주잔량은 전체적으로 증가한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몇 년 동안의 폭발적인 발주 랠리로 인해 물량이 쌓인 컨테이너선과 LNG운반선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Intermodal사의 연구원에 따르면, 컨테이너선 발주의 급증 원인은 지난 2021년부터 치솟는 운임 등을 배경으로 수익성 높은 용선시장이 2022년 초까지 이어진 것과, 주요 선주사들이 자사 선대를 교체하고자 하는 지속적인 계획과 맞물려 이루어졌다고 분석했습니다.
강화되는 환경규제는 LNG운반선 수요를 견인하는 데 한몫했습니다. 또한, 회사는 중국 조선소 12곳의 리오프닝을 통해 야드의 캐파(capacity)는 2022~2023년까지 150만cgt가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2023년 가동 중인 야드는 299곳으로, 총 5,400만cgt 캐파 수준인 것으로 분석됩니다. Intermodal사는 또한 세계 최상위(first-tier) 80개 조선소의 가동률이 지난해 65%에서 올해 83%, 내년에는 91%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습니다. 한국과 중국의 최상위 야드가 가동률 대부분을 이끌고, 그 뒤를 일본 및 다른 나라들이 뛰쫓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한편, 신조선가는 전체 선종에서 모두 2021년 동안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으며, 그 이후로도 완만한 오름세가 이어졌습니다. 특히 LNG선의 선가는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습니다. Intermodal사는 최고가 수준에 다다른 신조선가가 ▲후판가 상승 ▲인력난 ▲인플레이션 ▲조선업계 건조 역량 한계 등으로 상한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벌커 수주잔량은 여전히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습니다. 현재 글로벌 벌커 선대 대비 수주잔량 비율은 7.21%로, 상반기 발주 급증에도 불구하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탱커 수주잔량도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습니다. 13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한 컨테이너선 선가와 탑티어 야드의 건조 역량 한계 등을 배경으로, 글로벌 탱커 선대 대비 수주잔량 비율은 역대 최저치인 6.59%로, 6개월 전보다 무려 30%나 줄었습니다.
반면 컨테이너선의 수주잔량은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테이너선 선대 대비 수주잔량 비율은 28.08%라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완만한 수주 흐름세를 이어갔습니다.
전체 LNG선 선대 대비 조선사의 수주잔량 비율은 51.33%라는 높은 수치를 기록했으나, 올해 수주량은 2022년 175척 기록과 비교해 저조한 30척에 그치고 있습니다. 다만 하반기 추가 수주랠리가 예상되는 바입니다.
▲넉넉한 수주잔량 ▲약 3.5년이 채워진 조선소 일감 ▲지속적 인플래이션 등으로 LNG선 선종의 고선가 기조는 한동안 견고히 유지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울러 LPG선의 수주잔량 역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글로벌 LPG선 선대 대비 수주잔량 비율은 20.47%입니다.
특히 VLGC(초대형 LPG운반선)선대 대비 수주잔량 비율은 24%로, 이들 모두 이중 연료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는 특징이 두드러집니다. 수주잔량 중 약 64%가 2023년에 인도될 예정이므로, LPG시장이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글로벌 수주 90%, ‘컨테이너선 메탄올’ 주도…조선 빅3 현주소
친환경 선박에 대한 선주사의 발주가 증가세입니다. 특히 메탄올 연료 컨테이너선의 경우 글로벌 발주잔량의 90% 이상 차지하면서 LNG의 뒤를 이어 친환경선박 연료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세계 최초의 메탄올 추진 선박을 건조한 한국 조선업계는 메탄올에 이어 부각되고 있는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 생태계 및 인프라 확충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19일 업계 및 외신을 종합해보면 현대미포조선은 최근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Maersk)에 21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척을 인도했습니다. 울산항에서 그린 메탄올 연료를 채운 이 선박은 덴마크 코펜하겐을 향해 출항했습니다.
이 선박은 디젤연료와 메탄올을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현대미포가 건조한 2100TEU급 컨테이너선을 시작으로 HD현대중공업 건조 1만6200TEU급 12척, 1만7200TEU급 6척 등 총 19척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2025년까지 순차적으로 인도할 예정입니다.
특히 메탄올을 연료로 운항하는 컨테이너선이 건조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입니다. 메탄올은 상온과 일반적인 대기압에서도 저장·이송이 쉽습니다. 기존 선박연료유에 비해 황산화물(SOx)은 99%, 질소산화물(NOx)은 80%, 미세먼지는 95%까지 줄이는 것이 가능합니다.
제작 단계부터 관리된 그린 메탄올을 사용할 경우 온실가스를 95%까지 줄일 수 있어 탄소중립 연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은 영하 163도를 유지해야 하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메탄올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인 클락슨(Clarkson)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 전 세계적으로 메탄올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선박은 136척(1170만GT)이 발주 중입니다. 이는 글로벌 발주잔량 6% 수준이며 컨테이너선으로 한정할 경우 91%에 달합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4일 대만 선사인 에버그린(Evergreen)으로부터 1만6000TEU급 메탄올 이중연료 추진 컨테이너선 16척을 수주했습니다. 총 수주금액은 3조9593억원(미화 약 31억241만달러)으로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2016년 현대미포가 세계 최초로 메탄올 추진 석유제품선을 인도한 이후. HD한국조선해양,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글로벌 조선 빅3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연구개발에 적극 나섰습니다.
그 결과 올해 HMM, 양밍해운, CMA CGM 등 글로벌 선사들로부터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수주하며 친환경선박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환경규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친환경선박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국제해사기구는 최근 열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Marine Environment Protection Committee) 80차 회의에서 오는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2008년 대비 100% 감축하기로 의결했습니다. 이는 같은 기간 50% 감축을 제시했던 기존 목표 대비 2배 강화된 기준입니다.
정석주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전무는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주된 선박의 47%가 친환경선박이었는데 올해는 이 비중이 7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며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회의 결과를 보면 친환경선박 비중은 이보다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조선 빅3는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친환경선박, 자율운항선박 등에 대한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박 대체연료로 메탄올에 이어 암모니아가 부상함에 따라 이와 관련한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한국석유공사와 함께 암모니아-FSRU를 개발하고 영국 로이드선급(Lloyd‘s Register)으로부터 기본승인(AIP, Approval In Principle)을 획득했습니다.
암모니아-FSRU는 생산지에서 운송된 액화암모니아를 저장했다가 필요시 재기화해 육상 수요처에 공급하는 선박으로 육상터미널 대비 건조비용이 저렴하고 넓은 부지를 확보할 필요가 없는 것이 장점입니다.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 내에 1300㎡(약 380평) 규모의 암모니아 실증설비를 착공했습니다. 이 설비에서는 암모니아 추진선의 실선화를 위한 성능평가와 신뢰성·안전성을 검증하게 됩니다.
실증설비에는 실시간 누출감지, 경보시스템, 독성 중화장치, 4족 보행로봇을 활용한 장비상태 검사 등 다양한 기술들이 시범 적용됩니다.
수소와 질소가 결합된 화합물인 암모니아는 액화 온도가 영하 33도로 수소(영하 253도)보다 높고 액화시 동일 부피에서 액화수소보다 수소 저장 밀도가 1.7배 높아 대규모 수소의 장거리 운송·저장에 적합합니다.
하지만 독성물질인 만큼 향후 암모니아 추진 선박 개발을 위해서는 이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에 글로벌 선사들은 향후 암모니아 운송 수요 증가에 대비하기 위해 암모니아 운반선 발주에도 적극 나서는 모습입니다.
다만 한화오션(대우조선해양)은 방위산업 분야인 해군력에 치중한 나머지 LNG 선박 이외 이렇다 할 친환경 선박 수주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업계에 발주했는데 암모니아 운송을 위해 설계되는 선박인 만큼 기존 VLGC로 운송했던 LPG도 필요에 따라 운송이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이산화탄소운반선 2척 수주…"1790억 규모"
HD현대의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이 세계 최대 규모 액화이산화탄소 운반선을 수주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그리스의 캐피탈 마리타임 그룹과 1790억원 규모의 2만2000㎥급 액화이산화탄소(LCO2) 운반선 2척에 대한 건조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습니다.
이번에 수주한 LCO2 운반선은 길이 159.9m, 너비 27.4m, 높이 17.8m 규모로, 울산 현대미포조선에서 건조돼 2025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입니다.
이 선박은 이산화탄소(CO2)를 액화해 운송하기 위한 친환경 목적으로 개발됐으며 LCO2 외 액화석유가스(LPG)·암모니아(NH3) 등 다양한 액화가스 화물을 운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선박 운용상의 다양성을 확보했습니다.
또 향후 암모니아 추진 선박으로 변경 가능한 '암모니아 듀얼 퓨얼 레디'(Ammonia DF ready)를 적용해 미래 탄소중립 실현이 가능한 친환경 선박으로 건조됩니다.
캐피탈 마리타임 그룹 관계자는 "차세대 친환경 선박 분야에서 기술적으로 가장 준비가 잘 돼 있는 HD현대와 손잡고 이산화탄소 운반선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을 희망한다"고 말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 관계자는 "앞으로 대형·초대형 LCO2 운반선에 대한 발주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선제적으로 축적해온 기술 개발 성과를 바탕으로 이 분야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