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선, LNG선 수요 폭증으로 수혜
2021년 이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통해, 'LNG 가치체인'의 장기 성장성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로인해 우리나라 조선업계의 수혜가 클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며 유럽의 LNG 수요가 폭증함에 따라 LNG운반선 발주가 한국 조선소들에 대거 몰렸기 때문입니다.
LNG선은 영하 163도 이하로 온도를 유지하고 기체로 소실되는 양을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데, 이러한 기술력은 한국이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업계는 지난 8월 발주된 8척 모두 싹쓸이했으며 1~8월 누계로도 111척 중 83척(75%)을 수주하며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또 최근 카타르發 선박 발주 프로젝트가 개시되면서 한국의 LNG선 수주량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지난 6일 무려 총 3조원을 넘는 대규모 LNG운반선 소식을 전한 가운데, 해당 신조선들은 카타르에너지공사(QatarEnergy)의 초대형 규모 LNG운반선 확보 사업 물량으로 보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같은 날 공시를 통해, 아프리카 지역 선주로부터 LNG선 7척을 수주했다고 밝혔습니다. 계약금액은 총 2조 368억원이며, 선박들은 2026년 2월 27일까지 모두 인도될 예정입니다.
삼성중공업도 버뮤다 및 아프리카 지역 선사로부터 LNG선을 각각 2척씩 수주했다고 6일 공시를 통해 밝혔습니다. 총 4척의 수주액은 1조 1,651억원이며, 이들 선박은 2025년 9월까지 순차적으로 인도될 예정입니다.
QatarEnergy사는 프로젝트의 1차 발주 절차를 곧 마무리하고, 2차 물량에 대한 신조·용선 계약 체결을 2023년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우리 조선사들의 수혜는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입니다. LNG 가치체인의 요소에는 LNG선 뿐만 아니라 ▲냉각 시설이 포함된 액화 수출 터미널과 ▲재기화 시설이 포함된 재기화(수입) 터미널이 있기 때문입니다. 천연가스 생산지가 해상인 경우 해상에서 액화가 가능한 FLNG(Floating LNG)를, 재기화(수입) 터미널에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육상 터미널 대신 선박 형태가 재기화 시설인 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ficiation Unit)를 활용하기도 합니다.
금년 5월 기준으로 유럽에서 발표된 신규 FSRU 터미널은 총 18곳으로 현재 세계 FSRU(46척)와 비교해 넉넉한 규모이나, 러시아 천연가스 수입량을 완전히 대체하기 위해서는 총 30척의 FSRU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2021년 말 기준 세계 FSRU 선복량 35척 중 무려 33척을 건조하는 등, FSRU를 주요 먹거리로 삼는 우리나라 조선업계에는 희소식입니다.
FLNG 부문에서도 삼성중공업이 현재까지 세계에서 발주된 4척 중 3척을 건조하였으며, 2017년 Royal Dutch Shell사를 위한 'Prelude', 2020년 Petronas사를 위한 'Dua'에 이어 2021년 11월 Eni사를 위한 'Coral Sul'호까지 차례로 인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런 글로벌 시장의 LNG 가치체인의 성장세를 기반으로 한국 조선사들은 LNG 관련 추가 선박 수주랠리를 계속 기대해 볼 만한 상황 같습니다.
조선업 호황이지만 이면에 리스크 산재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기불황을 겪었던 한국 조선업계가 최근 대규모 수주를 폭발적으로 늘리면서 8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슈퍼사이클' 진입에 대한 기대도 흘러나오고 있으나, 실상을 들춰보면 전통 제조업 '본연'의 한계점들이 드러납니다. 쉽사리 해소 기미를 보이지 않는 인력난과 더불어 불안한 원자재가 동향, 지정학 이슈 등 요인들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 통계로 본 2022년 8월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조선산업이 주로 차지하는 기타운송장비 분야 고용보험 가입자는 123,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0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지난 5월(-200명) 이후 6월(-800명), 7월(-800명) 등 이달까지 넉 달 연속 전년 대비 감소세를 보이는 것입니다.
유망 산업이거나 직업적 안정성이 컸다면 우수 인재와 노동자들이 몰리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수십 년 일한 전문공이 최저 시급을 받지 못하는 사례가 나오고, 많은 근로자들이 건설업 등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당장 일손이 급하니 조선사끼리 인력 쟁탈전도 치열합니다. 지난달에는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케이조선, 대한조선 등 4개사가 한국조선해양에 대해 인력을 부당하게 유인, 채용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기도 했습니다.
설계·연구 등 고급 전문인력 규모 역시 가파르게 줄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KOSHIPA)는 우리나라 대형 조선 3사가 '불황 터널'을 지나는 동안 설계와 연구·개발 인력을 대폭 감축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설계 직무에 종사하는 직원은 2015년 18,643명에서 지난해 5,236명으로 72% 줄었고, 같은 기간 R&D 인력은 1,772명에서 1,283명으로 28% 줄었습니다. 이는 수주 급감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조선업계가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두뇌' 역할을 맡을 핵심 인력을 대규모로 감축한 결과입니다.
원자재 비용 부담도 갈 길 바쁜 조선사들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최근 1,400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치솟은 '강달러' 시대에도,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분류되는 조선업계가 이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황 당시의 저가 수주 영향도 크지만 치솟은 원자재 가격 또한 한 몫 거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빅3' 조선사들은 올해 상반기 말 연결 기준 모두 매출원가율 100%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현대중공업이 101.8%로 가장 낮았고, 삼성중공업이 105.6%, 대우조선해양은 118.5%의 매출원가율을 기록했습니다.
높은 원가 탓에 영업손익도 적자를 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판의 원재료인 철광석 가격은 작년 말까지만 해도 90달러 안팎이었지만 올해 4월에는 150달러 이상까지 치솟으면서 조선사들의 원가율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실제 막대한 원가 부담으로 올해 상반기 현대중공업은 3,257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3,507억원, 5,69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주춤하면서 후판 가격도 동결될 가능성이 커 보였으나, 최근 태풍 힌남노로 침수 피해를 입은 포스코 포항제철소가 후판을 생산하는 데 차질이 생기면서 분위기가 급반전되었습니다.
이 사업소에서 연간 530만톤 규모의 후판이 생산되는 만큼, 후판 생산량의 감소가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조선업계 입장에서는 후판가 인상은 물론 감소된 생산량으로 납기일마저 맞추지 못할 수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높습니다.
후판가는 선박 제조 원가의 20%를 차지하며, 선주들과 수주 계약 시점을 기준으로 견적을 내기 때문에 선박에 원자재 인상분을 반영할 수도 없습니다.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후판가가 3차례 연속 인상돼 조선업계 흑자전환 시점이 늦춰지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연초 촉발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 양상을 띠는 가운데, 유럽 에너지 대란으로 독일과 오스트리아 등의 주요 선박부품 관련 기업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어 우리나라 조선사들의 선박 건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한국은행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유럽연합(EU)에서 생산차질 발생 시 조선·반도체·자동차 등의 EU산(産) 핵심 자본재·중간재 공급부족에 따른 생산차질도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대형 3사를 포함한 국내 조선업계는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선박엔진과 엔진부품, 자동위치유지장치(DPS) 등을 수입하고 있습니다. 한국조선해양은 산하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등 국내 엔진사에서 일부 선박엔진을 조달하고 있지만, 나머지 엔진이나 관련 기자재를 독일 엔진 개발사 MAN-ES사 등에서 수급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도 같은 구조로 HSD엔진 등을 비롯한 국내 기업들과 함께 독일 등에서 엔진과 관련 부품들을 조달하고 있습니다.
대우조선 매각 향방 '안개 속'
KDB산업은행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한 대우조선해양 경영컨설팅이 곧 마무리 될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정보에 따르면 BCG 컨설팅은 당초 7월 초 마무리될 예정이었으나 장기간 파업에 따른 영향으로 연기됐으며, 이를 감안해 결과 발표가 조속히 이루어질 것이라고 전해졌습니다.
BCG는 지난 3월 공개된 컨설팅 초안에서 대우조선해양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했으며, 내용이 변경 없이 최종 결과로까지 이어질 시 '통매각'이 아닌 방산과 상선 부문의 분리 매각 가능성이 점쳐집니다.
방산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대우조선해양 특수선 사업부는 국가 핵심기술을 다루고 있어 그 특성상 해외 매각이 어렵습니다. 따라서 특수선 사업부는 국내 기업에 매각하고, 상선 사업부는 국내 매각이 어렵다면 해외 기업에 매각한다는 것입니다. 이 같은 상선·특수선 분리 매각은 2016년에도 논의된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상선 사업부에서 LNG운반선 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가 현대중공업그룹에 매각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대우조선 인수를 추진했지만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승인을 받지 못해 무산됐습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1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이 합병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LNG 운반선의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고 합병을 하면 공급 업체가 줄어들어 LNG 운반선의 가격이 높아질 것이기에 이것이 우리가 합병을 불허한 이유"라고 전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대우조선해양의 LNG운반선 부문을 매각 대상에서 제외하면 EU의 합병 반대 명분이 사라지는 셈입니다.
이러한 가운데,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여의도 소재 산업은행 본관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 "새로운 경영 체제가 나올 수 있도록 하는 게 대우조선을 구하는 방법"이라며 "대우조선의 지금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빠른 매각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대우조선의 분리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어떤 방식이든 빠른 매각을 위해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국회에서) 분리 매각을 말한 것"이라며 "방산 부문을 뗀 나머지 부문을 해외에 매각하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대우조선 공정위 고발 요청
중소벤처기업부는 16일, '제19차 의무고발요청 심의위원회'를 개최하고 하도급법을 위반한 대우조선해양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 요청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번에 고발 요청하는 대우조선해양은 기술자료 유용행위 등 하도급법 위반행위로 중소기업에게 피해를 입혔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2018년 5월 선박용 조명기구를 납품하던 기존 수급사업자로부터 제공받은 제작도면 27개를 새로운 사업자의 제작도면과 비교한 후 새로운 수급자에게 수정토록 하였으며, 2019년 4월에는 두 차례에 걸쳐 기존 수급사업자의 조명기구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도록 기존 수급사업자의 제작도면을 새로운 수급사업자에게 제공했습니다.
또한, 2016년 1월부터 2018년 12월에 걸쳐 92개 수급사업자에게 총 617건의 기술자료를 요구하면서 사전에 요구목적, 권리 귀속 관계 등을 적은 법정 서면을 교부하지 않거나 지연 교부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이번 위반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재발방지명령과 6억 5,2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받은 바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기술자료 유용행위'는 중소기업이 노력한 결과물을 빼앗고 기술혁신을 크게 저해하여 해당 중소기업에게 막대한 손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중대한 불공정 거래 행위임을 감안하여 대우조선해양을 고발 요청하기로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이대희 소상공인정책실장은 "의무고발요청제는 거래상 우월한 지위에 있는 원사업자의 불공정한 거래에서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이라며, "이번 사건처럼 중소기업의 기술이 유용되는 사건 등이 근절되어 공정한 거래 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