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선박 시대… LNG선 지고 메탄올선 뜨나??
국제적인 탄소중립 기조에 따라 선박에 대한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메탄올선이 차세대 친환경 선박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일 영국 조선ㆍ해운 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친환경선의 7%가 메탄올선으로 집계됐습니다. 절반 이상을 차지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과 비교하면 여전히 비중이 작지만 전년 대비 2배 이상 수요가 늘어날 정도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204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에 따라 지난 2021년부터 총 19척의 메탄올선을 발주했습니다. 메탄올선 확보 움직임은 국내도 마찬가지입니다. HMM은 지난 2월 HD한국조선해양, HJ중공업 등과 1조4128억원 규모(9척)의 9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급 메탄올선 건조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는 전체 친환경 신조선 발주 10척 가운데 6척은 메탄올선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메탄올선 수요가 늘고 있는 이유는 국가별 탄소배출 규제 때문입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오는 7월 해양환경보호위원회(MEPC) 80차 회의를 열고 국제 해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하는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을 통해 205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존 50%에서 100%로 상향 조정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메탄올은 기존 선박유에 대비 황산화물 99%, 질소산화물 80%, 온실가스 25%를 줄여주는 친환경 연료입니다. 대표적인 친환경 연료로 꼽히는 액화천연가스(LNG)보다 탄소배출량이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LNG를 활용하는 선박은 LNG 저장을 위해 영하 162도의 극저온 저장 창고가 필요하지만 메탄올은 상온에서도 저장 및 운송이 가능해 활용성이 뛰어날 뿐 아니라 LNG선보다 초기 설비투자 비용도 낮아 비용절감 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입니다.
이처럼 메탄올선이 시장을 주목을 받기 시작하며 국내 조선사들도 메탄올선 수주에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메탄올선 수주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HD한국조선해양입니다. 세계 최초로 메탄올 엔진이 탑재된 컨테이너선을 개발한 HD한국조선해양은 2021년 첫 수주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47척의 메탄올선을 수주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에는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도 메탄올 연료 선박 엔진 개발에 투자를 늘려가고 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메탈올선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일반 선가보다 15% 정도 비싼 가격과 더불어 LNG선에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며 “유럽, 미국 등을 중심으로 환경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메탄올선의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매주 1척 이상 수주… 석유제품운반선 역대급 호황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석유제품 공급망에 변화가 생기면서 한국조선업계가 올해 평균 주당 1척이 넘는 석유제품운반선(Product Carrier·PC선)을 수주하고 있습니다. PC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효자 선종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1일 조선해양업계에 따르면 HD현대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들어 총 13억4000만달러 어치의 석유제품운반선 29척을 수주했습니다. 1분기에 16척, 4월과 5월에 각각 7척, 6척을 수주했습니다.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지면 지난 9년간의 연평균 수주물량 35척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석유제품운반선의 발주량도 크게 늘었습니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전세계에서 발주된 PC선은 700만 DWT(선박이 운반할 수 있는 중량)로, 이미 작년 연간 발주량(530만 DWT)을 넘어섰습니다.
석유제품운반선의 신규 건조가 늘어나는 이유는 전세계적으로 낡은 선박이 많기 때문입니다. 석유제품운반선은 지난 호황기인 2005~2010년에 신규 건조가 집중되면서 오랫동안 공급과잉 상태가 지속됐습니다. 2010년대에는 신조 발주량이 많지 않았고, 노후 선박의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으로 석유제품 운송시황이 나빴던 2021년에는 폐선 물량도 많았습니다.
코로나 펜데믹으로 급감했던 교역이 작년부터 정상화 조짐을 보이면서 석유제품 운임도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항공유·나프타 등의 수요가 늘었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이 러시아산 석유제품을 수입하지 않으면서 석유제품의 운송 거리(운송 수요)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해양환경규제 현존선박에너지효율지수(EEXI)도 석유제품운반선의 신규 건조를 늘리는 요인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용 개조를 못한 선박이 이 지수를 충족하려면 감속 운항(slow-steaming)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같은 중량·거리(톤-마일)의 운송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운송능력이 필요합니다.
한화오션, 노조리스크에 국제 소송까지 여전히 살얼음 행보
지난달 23일 새 사명으로 출항을 시작한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이 출항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노조리스크와 국제 소송 등으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습니다. 노조리스크의 경우 원청지회와 합의는 이끌어 냈으나, 하청지회와 여전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가는 중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말 해외 선주로부터 1조원대 국제 중재소송을 피소 당했습니다. 업계는 한화오션이 흑자 전환과 노조와 갈등 해소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뜻 밖의 부정적 리스크를 안게 됐다며 조속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해외 선주인 엘릭슨해운과 아조리아해운·글로리나해운 등은 지난달 29일 싱가포르 국제중재재판소(SIAC)에 한화오션을 상대로 1조159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습니다. 손해배상 청구액만 한화오션 자기자본 2조7450억원의 42.1%에 해당하는 액수입니다.
업계는 높은 부채비율과 만성 적자를 겪는 한화오션 입장에선, 예상 밖의 난관이 더해졌다는 평가입니다. 한화오션은 지난해엔 매출 4조8602억원, 영업손실 1조6136억원을 기록했으며, 마지막 실적을 발표한 지난 1분기엔 매출 1조4398억원, 영업손실 628억원을 거두며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한화오션으로 이제 막 첫 발을 떼는 과정에서 국제 소송이라는 부정적 리스크를 안고 출발하게 된 셈"이라며 "국제 소송을 매듭 짓는 데엔 장시간이 소요되기에, 하루 빨리 소송 관련 부분을 털어내야 향후 경영 정상화에도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화오션은 "계약 내용에 따라 건조대금이 들어와야 하는데, 입금되지 않아 귀책 사유가 선주에게 있다"며 "이에 따라 당사는 계약서에 근거해 계약해지 절차를 진행했고, 선주가 협상력 강화 등을 위해 중재를 신청한 것으로 보이나, 당사는 계약서대로 절차를 진행했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 될 게 없다고 판단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노조와의 갈등 역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 상태입니다. 원청 노조와 협의는 순조롭게 마무리 됐으나, 하청 노조 측 움직임이 심상치 않아서입니다. 현재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는 한화오션에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단체교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특히 하청 노조는 올해 하청업체 기성금을 5~7% 인상했으나 임금 수준이 여전히 낮다며 인상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다단계 하청고용을 중단하고 상용직 중심의 고용을 확대해야 한다는 데에도 목소리를 내는 중입니다.
일각에선 지난해 거제 파업을 언급하며 노조리스크 해소도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앞서 하청노조는 지난해 6월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1도크를 51일간 불법점거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선박 공정이 중단되면서 진수 작업이 미뤄지는 등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이에 한화오션은 "원청이 하청노조와 일정부분 협의하라는 중노위 판정에 대한 행정소송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청지회와의 협의는 법적 소송이 진행중인 사안으로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