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로브라스 ‘6조원’ 규모 FPSO 발주 준비.. 삼성중공업.한화오션 수혜 받나??
브라질 페트로브라스 경영진이 방한해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을 만납니다. 입찰을 진행 중인 6조원 규모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설비(FPSO)를 포함해 해양플랜트 협력을 논의합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페트로브라스 경영진은 다음주 중 한국과 중국을 찾습니다. 장 폴 프라테스(Jean Paul Prates) 최고경영자(CEO)와 카를로스 호세 두 나시멘토 트라바소스 최고제품개발책임자(CPDO)를 비롯해 핵심 간부들이 총 출동합니다.
한국에서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사들을 만날 전망입니다. FPSO 사업 협력을 논의하기 위함입니다.
페트로브라스는 국내 조선사들의 주요 고객사입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은 2021년 페트로브라스 FPSO 2기 입찰에 참여했었습니다. 삼성은 일본 도요(Toyo)·브라질 이비알(EBR), 한화오션은 이탈리아 사이펨(Saipem), HD현대중공업은 싱가포르 국영조선소인 케펠(Keppel)과 컨소시엄을 꾸렸습니다. 그 결과 한화오션이 FPSO P-79, HD현대중공업이 P-78을 따냈었습니다. 전체 계약 규모는 45억7000만 달러(약 6조1300억원)로 알려졌습니다.
이에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은 추가 수주를 노리고 있습니다. 페트로브라스가 작년 말 시작한 FPSO 2기 입찰에 관심을 보였습니다. 세피아 지역에 투입되는 P-84와 아타푸에서 쓰일 P-85를 건조하는 사업의 유력 수주처로 거론됐습니다. 2기 입찰 규모는 약 45억7000만 달러입니다.
국내 조선사들은 페트로브라스와 해양플랜트 발주 여부를 논의하고 수주 확대에 나섭니다. 코로나19 이후 지속된 조선업의 호황에 조선사들은 최소 3년 치의 일감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삼성중공업과 한화오션은 올해 1분기 수주잔고가 각각 28조6434억원, 28조2289억원을 기록했습니다. HD한국조선해양(63조4323억원)까지 포함하면 3사의 수주잔고는 100조원 이상입니다.
"선가 또 올랐네??" 슈퍼사이클 진입한 K-조선
10년 만에 적자 고리를 끊고 초호황기에 진입한 국내 조선사들이 이번에는 신조선가 오름세에 환호성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특히 주력 수주 선종인 액화천연가스(LNG) 선가가 올 초부터 꾸준히 올라 하반기 실적을 주도할 전망입니다.
22일 조선·해운시황 전문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달 말 신조선가 지수는 전년 동기 대비 10.8포인트(p) 상승한 172.38을 기록했습니다. 신조선가는 신규 건조 선박 가격을 평균 100으로 기준 내 지수화한 지표로, 지수가 높을수록 조선업계에 호재로 작용합니다.
선종별로는 LNG 운반선 선가가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올해 초 2억5000만달러 수준이었던 선가는 지난달 말 2억6100만달러까지 올랐습니다. LNG 운반선은 대표적인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으로, 시장성과 전망성이 모두 높아 국내 조선 3사 모두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초대형 유조선(VLCC)도 올해 초 1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다 지난달 말 1억2600만달러까지 상승했습니다. 이 외 초대형 컨테이너선도 연초 2억1500만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말 2억2500만달러까지 상승하며 조선사들의 실적을 뒷받침했습니다.
통상 조선사들은 인상된 가격으로 선박 수주를 진행하기 때문에 선가 강세는 국내 조선사들에게 호재입니다. 게다가 강세를 보이는 선박 모두 국내 조선3사(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의 주력 선종인 점을 감안하면 하반기 실적 개선과 흑자 전환 가능성도 높습니다.
업체별로는 HD한국조선해양이 현재까지 총 118척(해양설비 1기 포함), 154억7000만달러를 수주해 연간 수주 목표(157억4000만달러)의 98.2%를 달성했습니다. 선종별로는 ▲PC선(35척) ▲컨테이너선(29척) ▲LPG운반선(22척) ▲LNG운반선(20척) ▲PCTC(4척) ▲탱커(3척) ▲액화이산화탄소운반선(2척) ▲중형가스선(2척) ▲해양(1기) 등입니다.
삼성중공업도 연간 목표액의 66%를 달성하며 순항하고 있습니다. 선종별로는 컨테이너선(16척), LNG운반선(6척), 원유 운반선(2척), 해양생산설비(1척) 등입니다. 이 외 흑자 전환을 앞두고 있는 한화오션도 올해 수주 목표액(69억8000만달러)의 15.2%를 채웠습니다. 선종별로는 LNG운반선(4척), (1기) 등 총 5척입니다.
이들이 고부가가치선 중심으로 수주를 이어가는 데는 전 세계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글로벌 조선업계는 현재 전 세계 탄소중립 기조에 맞춰 각각 친환경 기술을 앞세워 경쟁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해사기구(IMO)의 강화된 온실가스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LNG 등 대체연료선 확보 움직임이 치열해지자, 국내 조선업계도 탈(脫)탄소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울러 최근 9개월 만에 최고점을 찍은 원·달러 환율도 이들의 하반기 실적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입니다. 선박 계약과 대금 결제가 달러로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화 매출도 덩달아 오르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는 조선 3사 중 삼성중공업과 HD한국조선해양이 상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한화오션은 남은 하반기 중 실적 턴어라운드가 예상됩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 모두 일감을 확보해뒀고, 신조선가도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우호적인 분위기가 맞다"고 말했습니다.
대형 조선업계 패권 경쟁 가열
올해 새 주인을 등에 업은 대형 결합체의 등장으로 우리 조선업계가 새로운 '빅3' 체제에 돌입했으나, 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은 변함없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 사이의 신경전이 가열 양상을 띕니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 14일 울산급 배치3(Batch-Ⅲ) 호위함 5·6번함 건조사업 입찰과 관련해 서울중앙지법에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확인 등을 위한 가처분신청'을 제기했습니다. 방위사업청을 대상으로 한 이 가처분신청은 호위함 입찰 과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를 가려달라는 것이 주골자입니다.
수주전에서 HD현대중공업은 91.7433점을, 한화오션은 91.8855점을 받아 0.1422점 차이로 한화오션이 승리한 바 있습니다. HD현대중공업은 수주 실패 이유로 방사청의 '보안사고 감점'을 들며 "방사청이 2019년 9월 국무조정실과 국민권익위원회의 개선 권고에 따라 보안사고 감점 기준을 일부 완화했으나, 불과 2년여 만에 세 차례나 기준을 개정하면서 강화된 감점 기준이 우리에게만 소급 적용되는 결과가 초래되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양사의 견제는 특수선 뿐 아니라 선박 엔진 부문에서도 계속됩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최근 글로벌 엔진 시장 점유율 3위인 STX중공업을 안았고, 앞서 한화그룹은 2위 HSD엔진을 손에 넣었습니다.
HD현대의 엔진기계사업부는 STX중공업 인수 전에도 대형엔진과 중형엔진 분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한화그룹의 참전은 흐름을 바꿀 만한 여지가 충분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엔진은 선박의 '심장'으로, 선박 건조에 앞서 필수적으로 완성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통상적으로 선박 원가의 10% 내외를 차지하며, 대형 선박의 경우 엔진 제작에 통상 수개월이 걸리기도 합니다.
따라서 조선사가 자체적으로 엔진사업부를 가지고 있으면 매출 반영이 비교적 초기에 이루어질 수 있고, 시급한 건조 일정이 생기는 경우에도 엔진 제작 일정의 유연한 조율이 가능합니다. 한화오션과 HD한국조선해양은 엔진 사업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며 사세를 확장하려는 전략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HD한국조선해양이 주도하던 시장에 한화오션이라는 만만찮은 경쟁자가 출연한 형국이라며 "양사의 경쟁이 과거와 같은 저가 수주 공방이 아닌 시장 활성화 및 기술개발 등 긍정적 효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조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