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미포조선, 싱가포르발 컨테이너선 수주
한국조선해양이 최근 아프리카 소재 선사 2곳과 1,400-teu급 LNG추진 컨테이너선 4척, 5만 톤급 PC(Product Carrier)선 4척에 대한 건조 계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힌 가운데, 이 중 컨테이너선 발주처는 싱가포르 Eastern Pacific Shipping(EPS)사인 것으로 보입니다.
EPS사는 현지시간 19일, 미국 해운·물류 기업 Crowley사와의 용선계약을 바탕으로 현대미포조선에 컨테이너선 4척을 발주했다고 발표했습니다.
EPS사는 각 1,400-teu급 선박이 LNG를 연료로 활용하여 기존 디젤추진식 컨테이너선들과 비교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히 저감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동사는 또한 각 신조선에 MAN Energy Solutions사의 고압 'ME-GI' 엔진이 탑재되어 'Methane Slip(연료가 불연소돼 메탄이 배기가스에 섞여 나오는 현상)'이 미미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현대미포조선과 함께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을 계열사로 둔 한국조선해양은 19일 밝힌 수주를 포함해 올 들어 현재까지 조선·해양 부문에서 총 176척, 203억 5,000만불 규모 신조선을 수주하여, 연간 목표인 174억 4,000만불의 116.6%를 달성했습니다.
한국조선해양, 수주실적 상승세
한국조선해양 산하 조선 3사인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및 현대미포조선의 2022년 1~8월 조선사업 부문 수주 실적이 194억 3,100만불을 기록하여, 2021년 동기간 기록한 177억 800만불 수주액 대비 9.7% 오름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별로 현대중공업이 1월부터 8월까지 85억 3,200만불(상선 79억 4,300만불, 특수선 5억 8,900만불) 물량을 수주했습니다. 신규 수주 내역은 컨테이너선 23척, LNG운반선 22척, 기타(특수선, LNG벙커링선박 포함) 6척 등으로 금액 기준 전년 동기 대비 4.8% 줄어들었으나, 8개월 만에 연간 수주 목표(83억 4,300만불)를 달성(102.3%)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1월부터 8월까지 기록한 수주액은 76억 9,000만불로, 동기간 컨테이너선 22척, LNG운반선 19척, 기타(벌커, 자동차운반선 포함) 2척 등 총 43척을 수주했습니다. 이는 2021년 같은 기간 기록과 비교해 수주액이 66.7%나 늘어났으며, 연간 수주 목표 45억불의 170.9% 수준을 달성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올해 1~8월 컨테이너선 39척, 석유화학제품운반선(PC) 20척, LPG운반선 4척, Ro-Ro선 2척, 기타(벌커, LNG벙커링선박, Ro-Pax 등 포함) 4척 등 69척을 수주, 누계 수주액이 전년비 22.3% 감소한 32억 900만불을 기록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의 연간 수주 목표(36억불) 달성률은 89.1%로 나타났습니다.
아울러 해당 3사 조선사업 부문의 8월 말 수주잔량은 인도 기준 483억 3,100만불, 매출 기준 389억 9,600만불로 집계되었습니다.
8월 말 기준 사별로 현대중공업이 탱커 6척, 컨테이너선 56척, LNG선 53척, LPG선 14척, 기타 21척 등 총 150척의 신조선을 수주잔량에 확보하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은 또한 해양 부문에서도 고정식 1기 및 부유식 2기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현대미포조선은 PC선 51척, 컨테이너선 71척, LPG선 29척, LNG선 1척, Ro-Ro선 2척, Con-Ro선 6척 및 기타 11척 등 171척, 현대삼호중공업은 탱커 12척, 컨테이너선 31척, LNG선 40척, LPG선 16척 및 기타 4척 등 103척의 수주잔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 LNG선 수주 한국 추격 시동
그리스 선주사 Dynagas사가 중국선박공업집단(CSSC) 산하 다련(DSIC)조선사와 초대형 LNG운반선 신조 논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업계 정보 및 TradeWinds에 따르면, 양사는 조만간 200,000-cbm급 LNG선 최대 4척(옵션 2척 포함)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할 수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정식 계약 체결 시 선박들은 2026년 말 또는 2027년 인도될 것으로 예상되며, 선가 관련 자세한 정보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중국 조선업계에서는 현재 174,000~180,000-cbm급 건조가로 약 2억 3,500만불 제시한다고 전해졌습니다. 하지만 Dynagas사가 발주하려는 선박은 사이즈가 더 크기에 추가 비용이 붙을 가능성이 큽니다.
다련(DSIC)조선사는 자국 China Merchant Group(CMG) 산하의 선사인 China Merchants Energy Shipping(CMES)사와 확정 2척 및 옵션 2척으로 이루어진 175,000-cbm급 신조선 건조 계약을 체결하여 LNG선 건조 부문에 첫발을 디디는 데 성공했다고 지난 4월 알려진 바 있습니다.
다련(DSIC)조선사를 위시해 금년 들어 중국 조선사들의 LNG선 수주 랠리가 매섭습니다. CSSC 산하의 다른 조선사인 장난조선사도 지난 4~6월 기간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산하 해운물류 부문 자회사인 ADNOC L&S(ADNOC Logistics & Services)사로부터 5척을 수주하여, 설립 이래 최초로 대형 LNG선 건조 사업에 발을 들였다고 전해졌습니다.
특히 중국의 대표 LNG선 건조사인 후동중화조선은 올 한 해에만 36척 수주실적을 기록하여, 어느덧 해당 선종 부문의 전통적 '명가'인 한국 조선업계를 위협할 만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이는 LNG선 건조 강국인 한국의 도크가 꽉 차다 보니, 중국이 반사이익을 보고 있는 것입니다. 선박을 조금이라도 빨리 확보해야 하는 해외 선사들의 입장에서는 어쩔수 없이 중국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현재 선주들은 선박을 발주하려 해도 2026년 말엽은 되어야 선박을 인도받을 수 있으며, 특히 한국은 2027년 인도 물량에 대해서는 견적을 거부하는 상황입니다.
양국의 기술력 차이가 크다보니 아직은 중국의 추격을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는게, 한국 측 입장이나 수주 실적이 차곡차곡 쌓이면 경쟁력이 오를 가능성도 있어 한국이 글로벌 LNG선 시장의 선점을 놓치지 않도록 고민해야한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이에 업계 한 전문가는 "2030년쯤엔 중국이 만든 LNG선들의 품질 및 성능이 인정받을 수도 있겠지만 한국은 큰 걱정 없이 2030년까지는 선대 교체 사이클을 누리면 된다"고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조선업이 쇠퇴한 이유
일본 조선산업이 막강한 자국 해운산업을 기반으로 여전히 수주를 이어가고 있으나, 최근 시장의 변화 움직임에 대응할 조선산업 내 R&D 기반이 취약하고 신규투자 없이 낡은 시설로 생산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획기적인 경쟁력 향상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난 2021년에는 세계 수주점유율이 8.8%로 10% 미만으로까지 떨어지며, 3년째 점유율 하락을 지속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조선업계는 1960년대에 급격한 성장을 통해 1980년대에는 세계 시장 점유율의 약 50%를 차지할 정도로 전성기를 누리다가, 1990년대 한국의 기술력과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 어려운 시간을 겪고 있습니다.
일본 조선업의 부진이 심화된 이유로는, 정부 주도의 무리한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 정부는 지난 1988년 자국 조선업계가 장기침체에 빠지자, 조선업을 사양 산업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상당수의 설계·연구 인력까지 인력 절감 대상이 되고 말았으며, 1999년 동경대학교를 시작으로 조선학과가 폐지된 이후 선박분야 설계인력의 배출은 중단되다시피 했습니다. 이에 따라 최소한의 설계·연구 인력만 남은 일본은 2000년대 선박 대형화 추세나 선박 추진 기술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게 됩니다.
2020년에는 JMU(Japan Marine United)가 신조선 사업에서 완전 철수한다고 밝혔으며, Mitsubishi중공업에서도 LNG운반선 사업에서 손을 떼고 여객선 분야(Passenger ships)에만 집중할 것을 발표했습니다.
2014년 Mitsubishi중공업은 한국 조선업을 넘어서기 위한 일환으로 기존의 Moss LNG선에 장착되는 증기터빈의 성능을 20% 개선시킨 UST(Ultra Steam Turbine)을 장착하는 신형 Moss LNG선(Extreme LNG)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국 LNG선 사업을 포기하는 결정을 내리고 말았습니다. 일본 조선업계가 안고 있는 부족한 설계인력의 한계가 새로운 선박의 개발을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LNG선을 건조할 수 있는 일본의 다른 조선업체는 Mitsui E&S조선(三井E&S造船), Kawasaki(川崎)중공업(KHI) 등이 있었으나, 역시 해당 부문에서 손을 뗀 상황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조선소도 노를 저을 인력이 없다고 합니다. 극심한 불황기 당시 조선소를 떠난 숙련 인력이 다시 호황기에 접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으로 돌아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도크를 채울 일감은 있는데 배를 건조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이에 적절한 인력 육성 정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숙련 인력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해 세계 조선산업 시장에서 1위 자리를 한국에 넘긴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습니다.
역사학자 에드워드 핼릿 카는 '역사란 무엇인가'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했습니다. 이에 우리나라도 과거 일본 조선산업의 실패를 거울삼아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미래를 다시 한번 살펴봤으면 좋겠습니다.